돈에 환장한 거지 스님
에도 시대의 승려 겟셍은 승려로서보다 그림의 명인으로 유명했다. 그런데 돈에 욕심을 부리고 집착하는 탓에 지각 있는 사람들은 "거지 겟셍"이라고 비웃었다. 어느 날 그는 한 창녀의 부탁을 받고 그림을 그려서 가지고 갔다. 그런데 그 창녀는 전부터 겟셍의 치사한 근성을 싫어하며 어떻게든 성실한 화가로 다시 돌아가게 하려고 벼르고 있었다. 그래서 그 그림을 보자 쏘아붙였다.
"겟셍 스님, 당신은 가사를 걸친 스님이시죠? 그런 분이 창녀에게까지 머리를 숙이고 돈을 탐한다는 건 너무 한심하지 않아요? 당신의 그림 따윈 이렇게 써야 어울리겠죠?"
창녀는 말을 마치자마자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그림을 허리띠로 두르고 말았다. 아무리 돈에 환장한 겟셍이라도 이런 모욕에는 화를 내지 않고 배길 수 없을 것이라고 모두들 생각했지만 그는 태연하게 말했다.
"오오, 그거 정말 잘 어울립니다 그려."
그는 사례금을 받아들고 싱글싱글 웃으며 돌아갔다. 그 말을 들은 이케노 다이가가 화를 참지 못하고 겟셍을 찾아가서 충고했다.
"욕심 없이 봉사해야 할 승려의 몸으로 거지라는 말을 들으면서 까지 돈에 집착하다니 우리 화단을 위해서도 통탄할 일입니다. 더구나 창녀에게 까지 조롱을 당하다니 부끄럽지도 않습니까? 이젠 제발 마음을 고쳐먹으시오."
그 말을 들은 겟셍이 조용히 대답했다.
"지금까지 거지라고 욕하는 것을 참고 오로지 돈에 집착한 것은 내게 세 가지 서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첫째는 이 부근에 요즘 천재지변이 계속되어 빈민의 참상을 차마 볼 수 없을 정도라 그들을 구하려고 결심했는데, 바로 조금 전에 내가 애마다 장관에게 오백냥을 의연금으로 주었습니다. 둘째는 이세의 조상을 모신 묘 부근의 도로가 형편없이 허물어져, 이것을 수리해서 참배객들의 어려움을 덜어 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역시 그 동안 모은 돈으로 수리할 수 있었습니다. 셋째는 선사의 유지를 이어서 폐허가 되다시피 한 승방을 개축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삼년 정도는 거지라는 말을 들어도 악착같이 돈을 모아서 소원을 이룰 생각입니다. 그때가면 화필을 꺾고 단연코 그림을 그리지 않을 것이며, 오로지 부처님의 길을 따르고 싶습니다."
다이가는 그 말을 듣고 쓸데없이 충고한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여 머리 숙여 사과했다.
돈이면 인생의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배금주의 적인 사고는 확실히 인생을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것이며, 인간을 저속하게 파악하는 방법이다. 그렇게 인생의 외관만 보고 판단하거나 저속한 파악방법에 의존하여 돈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아무리 고매한 이상을 내세우고 순수한 계획을 수립하려고 해도 현실적으로 돈의 힘을 빌지 않고는 그 실현이 불가능하다. 고매한 이상도 돈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한 것 신기루에 불과하다. 따라서 높은 이상과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돈을 모으려고 하는 것은 돈을 하나의 수단이나 방법으로 생각하는 것이지 돈의 노예가 되는 것은 아니다. 창녀에게 그려 준 그림이 사람들의 면전에서 허리띠로 쓰이는 조롱을 당하면서도 싱글싱글 웃고 사례금을 받아 갔다는 겟셍의 행동은 지나치게 비굴해 보인다. 그래서 그것이 "세 가지 서원"을 모르는 이케노 다이가를 격분시킨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돈에 눈이 먼 비굴한 행동이 아니었다. 겉으로 태연을 가장했지만 아마도 견디기 힘든 인욕의 수행이었을 것이다. "세 가지 서원"이라는 겟셍의 개인의 사리사욕을 떠난 순수한 소망이 있었기에 그의 수행은 용솟음치는 고귀한 신념으로서 빛을 발한다.
마치 돈에 눈이 먼 듯이 보인 것은 오로지 서원을 실현하기 위한 열렬한 소망의 현상에 불과했고, 따라서 사실은 돈의 가치에 피상적이고 저속하게 의존하는 마음은 조금도 가지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이 일화는 신념에 뒷받침된 겟셍의 용기 있는 행위와 불굴의 정신을 이야기해 주는 동시에, 우리를 비열하게 만들기 쉬운 돈의 마력을 경계하라는 교훈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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