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 회한
늙음의 입구에 서기까지
남달리 즐겨왔던 나의 젊은 시절을,
그리고 나에게 자신의 떠남을 숨겼던 나의 젊은 시절을,
나는 슬퍼한다.
그 시절은 걸어서 가버린 것도
말을 타고 가버린 것도 아니니 도대체 어떻게 가버렸단 말인가?
결국 느닷없이 날아가 버린 채
나에게 남겨준 것 아무 것도 없어라.
그 시절은 가버리고,
나는 세금도 연금도 가진 것도 하나 없이
슬프고 막막하여 검은 오디 열매보다도 더욱 암담한 모습으로
이곳에 머물러 있다.
사실 말이지만, 친척 가운데 가장 하찮은 자가
내 수중에 몇 푼의 돈이 없다 하여
당연한 의무를 망각하고
나를 모른 체하기에 급급하니.
아, 한심하도다. 미친 듯한 내 젊은 시절에,
배움에 열중하고
건전한 생활을 영위하였다면,
나도 지금쯤은 집도 푹신한 침대도
가질 수 있었을 것이건만,
허나 어떠했는가! 마치 악동처럼
나는 학교를 등지고 떠났으니,
이 글을 쓰면서도
내 가슴은 찢어질 것만 같아라.
그 옛날 함께 어울려 다니면서
그토록 노래 잘하고 말 잘하며
언어와 행동이 그토록 유쾌하던
우아하고 상냥한 친구들.
지금은 어느 곳에 있는가?
몇몇은 죽어 차디차게 굳어버렸으니
그들에게서 남은 것 이제는 아무 것도 없어라.
천국의 안식이 그들과 함께 하기를,
그리고 살아 남아 있는 자에게는 신의 가호가 있기를!
또 몇몇은 다행히도 대영주나 기사가 되기도 하였으나,
또 몇몇은 온통 헐벗은 채 걸식하며
창문을 통해서나 음식을 구경할 뿐이고,
또 몇몇은
굴 따는 사람처럼 각반 차고 장화 신고
셀레스텡이나 샤르트뢰 수도원에
들어가 은둔생활을 하고 있으니,
그 신분 다양도 하지 않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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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 우홍순
그대는 잡초처럼 끈질긴 섭생(攝生)으로
스스로 힘을 쏟아 곳곳에 자손(子孫) 심고
남다른 예지(叡智) 갖고 있어 없는 듯 삶 누리네.
사군자(四君子)가 선비들의 짙은 사랑 차지해도
그대는 늘 숨죽이며 베푸는 가난의 벗
요즘은 할머니 바구니에 사랑받는 짠한 추억.
취나물 더덕 두릅 하우스 분양받는데
외롭고 거친 땅에서 흔들림 시샘 않고
적자(赤字)에 흙 씹으며 사는 억척꾸러기 화신(化身)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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