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녀와 성인
한 성인과 창녀가 집을 마주하고 살고 있었다. 그런데 우연히도 그 둘은 같은 날 죽었다. 창녀의 영혼은 천국으로 인도되었고, 성인의 영혼은 어찌된 일인지 지옥으로 끌려갔다. 두 사람을 데리러 온 사자들은 몹시 당황했다.
<어찌된 일이지? 무슨 착오가 아닐까? 왜 성인을 지옥으로 데려가야 하지? 그는 성스러운 사람이었지 않은가?>
그 중에서 가장 현명한 사자가 말했다.
<확실히 그는 성스러운 사람이었지. 그러나 그는 창녀를 부러워하고 있었어. 매일 밤 창녀의 집에서 벌어지는 파티나 환락에 관해서 항상 깊이 생각에 빠져 있었어. 창녀의 집에서 들려오는 떠들썩한 소음과 창녀가 발목에 달고 있는 방울 소리까지 그의 마음을 동요시켜 놓았던 거야. 그 창녀 앞에 앉아서 칭찬하고 있는 어떤 손님도, 귀를 쫑긋 세우고 듣고 있는 성인만큼 마음이 동요되고 있지는 않았을 거야.
그의 모든 의식은 항상 창녀한테로 향해 있었어. 신에게 기도를 드리고 있을 때조차도 귀는 창녀의 집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향해져 있었단 말일세. 그런데 창녀는 어떠했었느냐? 비참한 생활 속에서 헐떡거리면서도, 성자는 자기와는 전혀 다른 어떤 행복 속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성인이 아침 예배를 위해 꽃을 들고 가는 것을 볼 때마다 창녀는 생각했지.
나도 언젠가는 절에 기도의 꽃을 바치러 가기에 어울리는 인간이 될 수 있을는지? 나는 이렇게 더럽혀졌고, 그래서 절에 들어갈 용기가 나질 않아 성인은 결코 이 창녀만큼 향연 속에, 램프의 불빛 속에, 예배 목소리 속에 융합되어 있지는 못했어. 창녀는 항상 성인의 생활을 동경하고, 성인은 항상 창녀의 쾌락에 굶주려 있었단 말일세>
그 서로는 완전히 정반대였다. 이질적인 두 사람은 그 관심과 행동이 완전히 뒤바뀌어 있었다. 이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이러한 일의 이면에는, 일정한 법칙이 작용하고 있다. 그 법칙이란 다름아닌 입장을 바꿔 놓는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주머니를 바꿔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내 마음에는 당신의 것을, 내 마음 속의 것을 차고 담으려 한다는 말이다. 이는 이율배반이다. 그러나 이것은 하나의 법칙이다. 그러니까 그 성인의 에고가, 그리고 그 창녀의 에고가 결국 천국과 지옥으로 갈라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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