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이 되었거나 말거나
괴테와 더불어 질풍노도 시대의 대표적 시인인 쉴러는 "빌헬름텔"을 비롯한 명작으로 독일 문화에 공헌했다고 하여 귀족 작위를 받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그런 세속적 영예에 대해서는 아무런 흥미가 없어서 이것을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가 귀족이 되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어느 날 쉴러를 도와 서재에서 그가 최근에 쓴 원고를 찾던 친구가 어지럽게 쌓여 있는 초고더미속에서 웬 서류를 하나 발견했다. 친구가 펼쳐서 읽어보니 그것은 "귀하를 귀족으로 봉한다"는 내용의 사령장이었다. 그는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
"이렇게 중요한 것을 자칫하면 휴지로 만들 뻔했잖아. 잘 간수해두었어야지."
사령장을 받아든 쉴러는 흘끗 그것을 보고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런가?"
쉴러는 별로 소중히 보관하려고도 하지 않고 다시 열심히 원고를 찾기 시작했다.
세속적인 영예 따위는 원래 문제 삼을 가치도 없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것에 집착하지 않고 살아가는 삶이 진정한 삶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우리는 애처롭게도 명리에 눈이 멀어 진정한 삶의 모습을 찾아내는 즐거움도 느끼지 못한 채 헛된 것만을 추구하며 세월을 보내고 있다.
정토진종의 개조 신란은 "부끄러워해야 하고 괴로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간의 진실을 직시하고, 그 비탄 속에서 절대적인 삶을 발견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인간의 삶이 부끄러우며 괴로운 것이라고 인정하는 마음속에 오히려 바르고 참된 심성이 숨어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영예에 집착하지 않는 쉴러의 욕심 없고 깨끗한 마음이야말로 참된 심성의 정수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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