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프란스 - 정지용(鄭芝溶)
옮겨다 심은 종려(棕櫚)나무 밑에
비뚜로 선 장명등(長明燈)
카페․프란스에 가자.
이놈은 루바쉬카*
또 한 놈은 보헤미안 넥타이
비쩍 마른 놈이 앞장을 섰다.
밤비는 뱀눈처럼 가는데
페이브먼트*에 흐느끼는 불빛
카페․프란스에 가자.
이놈의 머리는 비뚜른 능금
또 한 놈의 심장은 벌레 먹은 장미
제비처럼 젖은 놈이 뛰어간다.
"오오 패롵[鸚鵡]* 서방! 굳 이브닝!"
"굳 이브닝!"(이 친구 어떠하시오?)
울금향(鬱金香)* 아가씨는 이 밤에도
경사(更紗) 커튼 밑에서 조시는구료!
나는 자작(子爵)의 아들도 아무것도 아니란다.
남달리 손이 희어서 슬프구나!
나는 나라도 집도 없단다
대리석(大理石) 테이블에 닿는 내 뺨이 슬프구나!
오오, 이국종(異國種) 강아지야
내 발을 빨아다오.
내 발을 빨아다오.
* 루바쉬카 : 러시아 남자들이 입는 블라우스 풍의 상의.
* 보헤미안 : 집시(Gypsy)나 사회 관습에 구애받지 않고 방랑적이며 자유분방한 생활을 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
* 페이브먼트: 포장도로.
* 패롯 : 앵무새.
* 울금향 :튤립(tulip)
({학조} 창간호, 19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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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낙동강/송 진 환
말없이 흘러가도
안으로 쌓인 세월의 깊이
응어리 왜 없었겠나만
모래톱에 묻어두고
보아라
가슴 그 안쪽
또다른 강이 되었다
햇살 더 눈부신 날
물빛 곱게 담아내면
굽이 돌아 서럽던
눈물마저 갈앉는다
이런날
강 기슭으로
갈대꽃이 피었다
물소리로 길을 열어
달려온 역사 앞에
미움도 사랑으로
달빛되어 내린다
어디서 풀잎 서걱이는 소리
내일을 여는 몸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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