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6. 1. 13.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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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프란스 - 정지용(鄭芝溶)

 

옮겨다 심은 종려(棕櫚)나무 밑에

비뚜로 선 장명등(長明燈)

카페프란스에 가자.

 

이놈은 루바쉬카*

또 한 놈은 보헤미안 넥타이

비쩍 마른 놈이 앞장을 섰다.

 

밤비는 뱀눈처럼 가는데

페이브먼트*에 흐느끼는 불빛

카페프란스에 가자.

 

이놈의 머리는 비뚜른 능금

또 한 놈의 심장은 벌레 먹은 장미

제비처럼 젖은 놈이 뛰어간다.

 

"오오 패롵[鸚鵡]* 서방! 굳 이브닝!"

"굳 이브닝!"(이 친구 어떠하시오?)

 

울금향(鬱金香)* 아가씨는 이 밤에도

경사(更紗) 커튼 밑에서 조시는구료!

나는 자작(子爵)의 아들도 아무것도 아니란다.

남달리 손이 희어서 슬프구나!

 

나는 나라도 집도 없단다

대리석(大理石) 테이블에 닿는 내 뺨이 슬프구나!

오오, 이국종(異國種) 강아지야

내 발을 빨아다오.

내 발을 빨아다오.

 

* 루바쉬카 : 러시아 남자들이 입는 블라우스 풍의 상의.

* 보헤미안 : 집시(Gypsy)나 사회 관습에 구애받지 않고 방랑적이며 자유분방한 생활을 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

* 페이브먼트: 포장도로.

* 패롯 : 앵무새.

* 울금향 :튤립(tulip)

 

({학조} 창간호, 19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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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낙동강/송 진 환

 

말없이 흘러가도

안으로 쌓인 세월의 깊이

응어리 왜 없었겠나만

모래톱에 묻어두고

보아라

가슴 그 안쪽

또다른 강이 되었다

 

햇살 더 눈부신 날

물빛 곱게 담아내면

굽이 돌아 서럽던

눈물마저 갈앉는다

이런날

강 기슭으로

갈대꽃이 피었다

 

물소리로 길을 열어

달려온 역사 앞에

미움도 사랑으로

달빛되어 내린다

어디서 풀잎 서걱이는 소리

내일을 여는 몸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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