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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어요 한용운
알 수 없어요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의 파문을 내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 위의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굽이굽이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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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 몸이 열릴 때 장창영
한때는 너도
불 밝히던 심장이었다
눈 밟는 소리에도
온통 가슴 설레어
어쩔 줄 몰라만 하던 붉디 붉은 눈이었다
하기야 그때는
너조차 몰랐을 게다
네 몸을 사정없이
흟으며 지나간 것이
한 떨기 바람 그도 아니면 감당 못할 욕망이었지
꽃무리 지고 난 후
다시 또 여기 서 있다
실팍한 가슴 한켠
환한 불씨 동여맨 채
안에서 밀어올려낸 한 올 풀어 건네며
한나절은 숲 속에서 새 울음소리를 듣고
반나절은 바닷가에서 해조음 소리를 듣습니다
언제쯤 내 울음소리를 내가 듣게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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