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8. 5. 3.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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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가면 박인환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

과거는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혀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

내 서늘한 가슴에 있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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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복순 할머니 정일근

 

 

은현리 황씨 할머니 꽃상여 나가는 날

섣달 추위 뚝 멈추고 날씨 참 봄날 같다

언 땅들 언 몸 풀고서 할머니 기다린다

 

 

은진 황씨 복순 할머니 아흔 하고 두 해 더

그 평생 은현에서 밭일하며 살면서

흙마다 절하며 거름 주며 착한 생명 거뒀으니

 

 

오늘은 황씨 할머니 흙으로 이사 가는 날

하늘이 길을 열고 땅이 몸을 열어

마침내 황복순 할머니 흙과 한 몸 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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