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세월이 가면 박인환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
과거는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혀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
내 서늘한 가슴에 있건만
-----------------------------------
황복순 할머니 정일근
은현리 황씨 할머니 꽃상여 나가는 날
섣달 추위 뚝 멈추고 날씨 참 봄날 같다
언 땅들 언 몸 풀고서 할머니 기다린다
은진 황씨 복순 할머니 아흔 하고 두 해 더
그 평생 은현에서 밭일하며 살면서
흙마다 절하며 거름 주며 착한 생명 거뒀으니
오늘은 황씨 할머니 흙으로 이사 가는 날
하늘이 길을 열고 땅이 몸을 열어
마침내 황복순 할머니 흙과 한 몸 되셨다
'한국현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0) | 2018.05.08 |
---|---|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0) | 2018.05.04 |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0) | 2018.05.02 |
한국명시와 시조 1수 (0) | 2018.04.30 |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0) | 2018.04.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