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8. 5. 4.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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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마와 숙녀 박인환

 

한잔의 술을 마시고

버어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거저 방울소리만 울리며

가을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한 별은 내 가슴에다 가볍게 부서진다.

그런한 내가 잠시 알던 소녀는

정원의 초목밑에서 자라고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의

그림자를 바랄때

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흐르는것

한때는 고립을 피하여 시들어가고

이젠 우리는 작별을 하여야한다.

술병이 바람에 쏟아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작가의 눈을 바라다 보아야한다.

 

등대!

불이 보이지 않아도

그저 간직한 벗짐승의 노래를 위하여

모든것이 떠나던 죽던 그저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을 붙잡고

우리는 버어지니아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로 물어야한다

두개의 바위틈을 지나

청춘을 찾는 배우와 같이 눈을 뜨고

한잔의 술을 마셔야한다.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그저 낡은 잡지의 표지처럼

통곡하거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떠날지언정

목마는 하늘에 두고

방울소리는 귀전에 출렁거린다

가을바람소리는 내 쓸어진 술병속에서

목메어 우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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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산지 물빛 조 성 문

 

 

청송땅 샛별 품은 갈맷빛 외진 못물

갓밝이 저뭇한 숲 휘감아 도는 골짝만

된비알 뼈마디 꺾는 물소리 가득하다.

 

 

호반새 울음 뒤에 퍼지는 새벽 물안개

실오리 감긴 어둠도 한 올씩 풀어내고

삭은 살 연기가 되고 재 되는 저 춤사위.

 

 

사는 일 짐 부려 놓고 제 거울 들여다보는

고요도 버거운 이 차갑게 돌아앉고

못 속에 누운 왕버들 퉁퉁 부은 발이 시리다.

 

 

숨 돌릴 겨를 없이 짙붉게 타는 수달래

먹울음 되재우고 저마다 갈 길 여는가

내 앞에 툭툭 튄 물살 쌍무지개 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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