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8. 5. 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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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이야기 김소월

 

 

고요하고 어두운 밤이 오며는

어스레한 등불에 밤이 오며는

외로움에 아픔에 다만 혼자서

하염없는 눈물에 저는 웁니다

 

 

제 한몸도 예전엔 눈물 모르고

조그마한 세상을 보냈읍니다

그때는 지난날의 옛이야기도

아무 설움 모르고 외웠읍니다

 

 

그런데 우리 님이 가신 뒤에는

아주 저를 버리고 가신 뒤에는

전날에 제게 있던 모든 것들이

가지가지 없어지고 말았읍니다

 

 

그러나 그 한때에 외어 두었던

옛이야기뿐만은 남았읍니다

나날이 짙어가는 옛이야기는

부질없이 제몸을 울려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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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화과 여 태 전

 

 

늘 보이는 것만이 진실이 아니라고

입이나 글 따위로 떠드는 것만이

잘하는 일이 아니라고

조용히 타이르고 있다.

 

 

수다스럽게 자기를 드러내지 않아도

핵심을 놓치지 않는 그 야무진 입술

들뜨고 지친 하루를

달콤하게 적신다.

 

 

그래

그래

가시돋친 말일랑

이제 그만

버릇처럼 세상을 도마질하며 사는

알량한 내 독선과 아집도

이제 그만

이제 그만.

 

 

뼛속 깊은 곳으로부터

꽃눈 틔우는 삶이여

더 깊고 더 낮게 침잠하는 사랑의 수액

한 움큼 입 안에 머금고

다시 서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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