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철학우화 31

임기종 2014. 7. 10.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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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어떤 물고기가 여왕 물고기를 찾아가서 물었다.

  <저는 바다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듣고, 또 바다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바다는 어디에 있는 겁니까?>

  여왕 물고기는 미소지으며 이렇게 말하였다.

  <그대는 바다에서 태어났으며 바닷 속에서 살고 있다. 지금 바로 이순간에도 그대는 바닷속에 있고, 바다는 그대 속에 있다. 그리고 언젠가 그대는 그 바닷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이 질문은 우리가 처하고 있는 상황과 똑같다. 바다는 늘 변함없이 존재하는데 물고기가 그것을 어이 알겠는가?

  바다는 한순간도 그 물고기 곁을 떠난 일이 없었다. 바다는 지금도 변하지 않고 그 물고기를 감싸고 있다. 그러나 바다는 너무나도 투명하여 물고기는 그것을 느끼지 못한다한가지 틀림없는 사실은 마음의 세계에서 살고 있는 그 물고기는 바닷속으로 녹아 들어갈 그 마지막 순간까지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할 거라는 것이다너무 가깝고, 또한 너무 멀다. 그리고 너무나 명백하다. 그러므로 너무 깊이 숨겨져 있다.

  너무 쉽게 손에 닿는다. 그러므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사람 역시 에너지의 바닷속에서 살고 있다. 그곳으로부터 태어나 그 속에서 살고 있다. 그 속으로 분해되어 사라져갈 것이다. 우리가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은 그것이 너무 멀리 있어서가 아니라 너무 가까이에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놓치고 있는 것은 한번도 그것을 놓쳐본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언제나 여기에 있었다. 보다 민감해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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