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조

뒤집힌 비석

임기종 2024. 7. 15.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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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집힌 비석

 

왕실묘역 모퉁이 초라한 묘소하나

글 한줄 없는 비문 뒷면에 정경부인(貞敬夫人)

석공의 장난이었나 앞뒤 바뀐 묘비(墓碑)석

 

정일품 정승부인 부러운 그네 삶이

봉분은 무너지고 뗏장마저 시들었다

묘소를 보며 느끼는 인생무상 그 허무.

 

훗날에 이런 대접 받을 줄 알았다면

차라리 편할 것을 풀떼기 죽 초가삼간

무명씨(無名氏) 세 글자 비문 얼마나 간절할까.

 

(도봉산 둘레길 중 왕실 묘역길을 걷다가

비석이 뒤집힌 어느 정경부인의 묘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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