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내린 비 밤에 내린 비 저리도 마음 편해 곤히 잠을 자나 봐밤새껏 두드려도 열리지 않는 창에아쉬운 눈물 자국만 한줄기 남깁니다. 새벽을 깨워내는 산비둘기 울음소리목이 쉰 메아리가 먼 산을 적신 아침달맞이 꽃 이파리에 눈물방울 맺힙니다. 현대시조 2024.07.03
망초꽃 망초꽃 하고픈 말 하 많아도 눈만 반짝이면서조용한 미소 속에 은은한 향기 내품던귀천(歸天)에 늦은 별들이 온 들판을 채우다. --------歸天 /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가서,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현대시조 2024.06.28
착각 착각 없으면 없는 대로 세상은 돌아가고있어도 머문 자리 돋보이지 않는데혼자서 태산걱정이다 나 없으면 어쩌나. 축 처진 어깨위로 하늘을 짊어진 듯심오한 철학이나 깨친 듯 고고(孤高)해도이 모습 챙기는 사람이 나뿐인 걸 어쩌나. 고고(孤高) : 속된 현실 사회에서 벗어나 홀로 깨끗하고 우뚝하다 현대시조 2024.06.27
자책(自責) 자책(自責) 시 쓰다 닳은 펜은 몇 자루나 되는가?털 닳은 그림붓은 얼마나 버렸었고?행동이 없는 생각은 헛꿈을 꾸는 거야. 글 쓰다 손가락에 굳은살은 박혔는가?그림을 그리면서 밤을 지샌 날은 며칠?생각은 현실이 아니야 신기루일 뿐이야. 현대시조 2024.06.25
소(牛)의 의문 소(牛)의 의문- 친구의 부음을 듣고 멍하니 뵈는 하늘 꿈벅이는 눈으로천성이 굼뜬 나는 조급하지 않는데붙들지 못한 세월을 어쩔 수가 없었나. 서둘러 안 걸어도 못갈 곳 없던 나날먹은 것 되새김하니 이만하면 족(足)한데남보다 앞선 걸음에 무얼 더 챙기셨나. 현대시조 2024.06.23
걷기와 삶 걷기와 삶 더뎌진 발걸음은 점점 더 무거운데저 멀리 목적지는 보기에 숨 가쁘다결국은 혼자서 걷는 대역(代役)없는 외론 길. 뒤돌아 새겨보면 지난 길은 점점 멀고계속해 걸으려니 발목 잡는 무게 추(錘)삶이란 그런 거더라 고독 속에 걷는 길. 현대시조 2024.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