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 팥죽
옛부터 우리 민족은 동지를 설, 한식, 단오, 추석과 함께 5대 명절이라 하여 조상께 차례를 지냈다. 우리 조상들은 무엇 때문에 동지를 명절로 삼았을까. 동지는 일년 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로 음이 극에 이른다. 하지만 이 날을 계기로 낮이 길어지기 시작하면서 소멸되었던 양의 기운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한다. 또한 동지는 양기가 드디어 움직이는 날이기도 하다. 따라서 고려시대에는, "동짓날은 만물이 희생하는 날"이라고 하여 고기잡이와 사냥을 금하였고, 이 날을 태양이 죽음으로부터 부활하는 날로 여겨 축제를 벌이는 등 경사스럽게 제사를 올리기도 하였다. 이렇듯 동지는 양기가 새로 싹트기 시작하고 만물이 회생하는 날이기 때문에 이날을 새해가 시작되는 날이라 하여 아세(亞歲)라 불렀으며, 민간에서는 이를 "작은 설"이라 하였다. 그래서 옛말에 "동지를 지나야 한 살 더 먹는다" 혹은 "동지 팥죽을 먹어야 한 살 더 먹는다" 라는 말이 전하기도 한다. 동지를 새해 첫 달로 삼기 시작한 것은 주(周)나라이다. 옛날 중국의 주나라 때에는 동짓달인 11월, 즉 쥐의 달(子月)을 정월로 삼고 1년의 첫출발을 시작하였다. 이는 동짓날 양기가 처음 음트기 시작한 것에 근본을 두었기 때문이며, 곧 하늘에 따른 것이다. 반면 중국의 상(商)나라는 동짓달이 아닌 정월을 새해의 첫 달로 삼았다. 범의 달(寅月)인 정월을 삼은 까닭은 동짓달부터 땅속에서 움트기 시작한 양기가 정월에 하늘로 상승한 것을 근본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이는 곧 땅을 본받은 것이다.
동짓날 팥죽은 귀신을 쫓는다
동짓날엔 으레 팥죽을 먹어야 하는 것으로 여겼다. 동지에 먹는 팥죽을 "동지팥죽", 또는 "동지두죽" 이라 한다. 어느 집에서나 팥을 삶아 체에 걸러서 그 물에다 찹쌀로 단자를 새알만큼씩 만들어 죽을 쑤는데, 이 단자를 "새알심"이라 한다. 동지팥죽은 먼저 사당에 놓고 차례를 지낸 다음 방이나 마루, 광 같은 곳에 한 그릇씩 떠다 놓기도 하고 대문이나 문짝, 벽, 기둥에 뿌리고 난 후 먹는다. 무엇 때문에 팥죽을 차려놓고 집안 곳곳에 뿌리고 먹는 것 일까.
옛날 중국 요순 때 형벌을 담당하던 공공씨가 못된 아들 하나를 두었는데, 그 아들이 동짓날 죽어서 전염병의 귀신이 되었다. 그런데 이 역질 귀신은 살아생전에 붉은 팥을 무서워 하였다. 그런 까닭으로 동짓달에는 팥죽을 쑤어 귀신을 쫓는 풍습이 생겼다고 한다.
우리 조상들도 옛부터 붉은 색은 부정과 잡귀를 물리치는 마력이 있다고 믿었다. 도깨비가 집안에 들어오지 못하게 말피를 대문에 바른다든지, 사내아이를 출산하면 대문 금줄을 치고 고추를 달아맨다든지, 할머니들이 저승길이 밝아진다고 해 손톱에 봉숭아물을 드리는 일, 혼례 때 청홍색의 실을 초례상에 거는 습속 등도 같은 이유에서이다. 그러면 왜 붉은 색은 잡귀를 쫓는 힘이 있다고 여겼을까. 붉은 색은 방위로 봤을 때 남쪽이다. 남쪽은 음양으로 보아 양에 속한다. 양은 음을 이길 수 있다. 또 남방은 불(火)를 상징한다. 붉을 적(赤)을 풀면 큰 불(大火)이 된다. 불은 귀신이 가장 무서워하는 존재다. 그렇기 때문에 불로 상징되는 붉은 색은 귀신을 쫓을 수 있다고 여겼던 것이다.
동지 달력과 시절음식
고대 사회에서는 달력을 매우 귀중하게 여겼다. 특히 고대 중국에서는 달력을 하나의 통지 수단으로 삼았기 때문에 황제만이 달력을 만들 수 있는 권한을 가졌다. 왜냐하면 역서나 달력은 농업이나 어업을 종사하는 사람에게는 기후 안내서로서 없어서는 안될 필요한 지침서이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에서도 해마다 동지가 되면 관상감에서 새해 달력을 만들어 나라에 받쳤다. 국왕은 여기에 "동문지보"라는 어보를 찍어 좌우에 놓고 보거나 백관에게 나누어주었다. 가장 잘 만들어진 달력을 황색으로 장식된 황장력이고 그 다음이 청장력, 백장력이다. 한편 동지가 되면 내의원에서는 계피, 후추, 설탕, 꿀을 쇠가죽과 함께 푹 끓여서 고약을 만드는데, 이를 전약(煎藥)이라 하였다. 제주도에서는 매년 동지 무렵에 특산물로서 귤을 상감에게 진상하였다. 그러면 궁에서는 귤을 종묘에 올린 다음 여러 신하들에게 나누어주었다.출처 : 로드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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