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세계명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8. 4. 12.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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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하라

 

늘 취해 있어야 한다. 문제의 핵심은 이것이다. 이것만이 문제다. 어깨를

억눌러 당신을 땅으로 궁글리게 하는 시간의 끔찍한 짐을 느끼지 않으려면,

노상 취해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에? 술에건, 시에건, 미덕에건, 당신 뜻대로. 다만 취하기만

하라.

그러다가, 궁전의 계단에서나, 도랑의 푸른 풀위에서나, 당신 방의 음침한

고독 속에서, 당신이 깨어나 취기가 이미 덜하거나 가셨거든 물어보라,

바람에게 물결에게, 별에게, 새에게, 시계에게, 지나가는 모든 것에게,

울부짖는 모든 것에게, 굴러가는 모든 것에게, 노래하는 모든 것에게, 말하는

모든 것에게, 몇 시냐고 물어보라. 그러면 바람이, 물결이, 별이, 새가, 시계가,

대답해 주겠지. '취할 시간이다! 시간의 구박받는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취하라. 노상 취해 있으라! 술에건, 시에건, 미덕에건, 당신 뜻대로.'

 

*보들레르(Pierre Charles Baudelaire:1821__67)는 파리에서 태어났으나

어렸을 때 부친이 죽고, 젊은 모친이 재혼하는 아픔을 맛보았다.

중학 졸업 후, 의부의 희망을 배반하고 문학을 지망, 방종한 생활에

젖었으므로 노여움을 사 1841년에 남해로 여행을 떠났다. 1842년에 파리에

돌아와 망부의 유산을 상속, 그 대부분을 혼혈녀 잔드 뒤발이나 문단의

보헤미안들과의 교우에 탕진했다.

1845, 미술평론가로 등단한 보들레르는 포우에 마음이 쏠려 이 천재를

알리기 위해 프랑스어 번역을 시작했다.

1857년에 처음이요 마지막 시집인 '악의 꽃'을 출판했는데 미풍양속을

헤치는 것으로 벌금이 과해졌다. 그후로는 병과 빚에 시달리는 생활에

쫓기다가 비참히 일생을 마쳤다.

위고는 그를 '프랑스시에 새로운 공포를 도입한 시인'이라고 불렀거니와,

이것은 그의 신비적인 종교성, 통렬한 비평정신, 파리에서 쾌락을 구할 때의

그의 이상적인 후각, 미각, 촉각을 한 마디로 갈파한 평이라 하겠다.

문학사상 보들레르의 지위는 '악의 꽃' 한 권으로 산문에서의 플로베르와

비견되며, 또 베를렌느, 말라르메와 더불어 19세기 3대 서정시인의 한

사람으로서 그 영향이 상징주의로 거쳐 현대시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악의 꽃'1857년에 출판되었다. 처음 제목은 '명부(Linbes)'로 풍속 괴란,

신의 모독의 혐의로 기소되어 '레스보스' 이하 6편이 삭제되었다.

전체는 6부로 나뉘는데 제 1'우수와 이상'에서 시인의 현세의

존재방식을 노래하고 있다. 검은 비너스 또는 사바띠에 부인을 둘러싼 연가가

그 태반을 점하고 있다.

파리의 동경과 비밀 신비를 노래한 제 2'파리 풍경'은 인간의 숲으로의

도피이며, 3'포도주'는 인공 낙원에의 도피이다.

4'악의 꽃'은 절망적 명석성을 지닌 악이며, 무지와 가면의 악을

거부하는 마왕 사탄은 제 5'반항'에서 출현하여, 이윽고 명부에서

인간계로의 탈출인 제 6'죽음'으로 끝난다.

이 시집이 뚜렷한 의도에 입각한 구성을 가짐은 시인이 방빌에게 부친 서한

등에서 증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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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지우는 미련 송귀섭

 

꿈을 놓친 아쉬움도 미련으로 남을까

춘하추동 계절 따라 떠오르는 그 여인상

아련한 옛 추억들이 동공(瞳孔)속에 아롱지네.

 

어느 땐가 아지랑이 현란(絢爛)한 언덕에서

수평선 바라보며 다짐하던 그 언약

추억의 현물이 되어 구름 위로 떠도네.

 

가을이면 생각나는 복스럽던 그 얼굴

지금은 어느 고을 뉘 집 자당(慈堂) 되셨는지

흰 새치 헤어려 가며 못 지우는 미련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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