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 건강 이야기

마음과 아픔

임기종 2014. 4. 24.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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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과 아픔

 

 

#통증은 몸이 아니라 마음이 느낀다.

#포다이스의 법칙 :"전 아플 시간도 없어요"

#뇌와 면역체계의 상호작용을 조절하는 시상하부

#스트레스는 마음먹기에 달렸다.

#살려는 의지가 암도 이겨낸다면

#최면술로 통증을 다스린다

#'긍정하는 마음'은 훌륭한 처방법

#위약의 놀라운 효과

통증은 몸이 아니라 마음이 느낀다.

 

통증은 이 세상 모든 사람에게 친숙한 경험이다. 이처럼 통증이 보편적 인 경험인데도 다른 사람의 통증을 함께 느낄 수는 없다. 그래서 통증이 란 당사자만이 느낄 수밖에 없는 고뇌이다. 만약 어떤 사람이 느끼는 통 증을 알려면 어디가 아프냐고 물어 보아야만 한다.

어디가 아프냐는 질문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 상처의 위치가 어디인가 와는 관계없이 그 답은 하나밖에 없음을 알 수 있다. 얼마 전에 작고한 영국의 수학자이며 철학자인 버트런드 러셀에게 치과 의사가 "어디가 아프신가요?" 하고 묻자 러셀은 색다른 대답을 했다, "제 마음 속에서 아프지요." 이 말은 정확한 표현이다. 통증이란 자극이 아니라 지각이 기 때문에 다양한 심리적 요인들의 영향을 받는다. 이런 까닭에 통증이 나, 통증을 느끼지 않는 상태를 이해하는 것은 인간 마음을 이해하는 데 독특한 관점을 제공해 줄 수 있다.

해로운 것을 피하는 일은 모든 생물이 살아남는 데 결정적으로 중요 하며, 통증은 그런 전략에 한 역할을 한다. 통증은 정보 구실을 하여 주 변의 해로운 것들을 가르쳐 주고 경고하여 우리를 위험으로부터 보호한 다. 선천적으로 통증에 무감각한 사람의 경우를 보면 통증의 필요성을 명백하게 알 수 있다.

일곱 살 난 새라는 선천적으로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 이런 장애는 흔 치 않은데, 새라는 외상을 입어도 그것을 깨닫지 못한다. 새라는 다리에 난 상처가 아물기 전에 더 큰 부상을 입는 것을 막기 위해 다리에 깁스 를 하고 있다. 새라는 팔꿈치에 난 찰과상이 아물도록 팔에 붕대를 감고 있다. 새라의 부모는 새라가 통증을 느끼지 못해 부상을 감지하지 못한 다는 사실을 늦게 깨달았다. 새라의 아버지는 이런 이야기를 들려준다.

"새라가 난지 몇 달쯤 되어서 기어다니기 시작했을무렵 우리는새라 가 별로 울지 않고 꽤 큰 충돌 뒤에도 끄떡도 안한다는 것을 알았습니 다. 그때 저희는 이 아이를 울리려면 심하게 때려야겠구나하고 웃어 넘 겼지요. 시간이 감에 따라 우리는 새라에게 버릇을 가르치기가 좀 힘들 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보통 아이들처럼 손바닥을 때려도 말을 잘 듣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야단을 쳐도 막무가내일 때가 많았죠. 그후로 몇 살 때이던가, 아마 첫돌이 좀 지나고 나서였을 깁니다. 새라의 이빨 이 흔들리더니 결국은 다 빠지더군요. 여러 치과 의사들에게 가본 결과. 새라가 이빨을 씹어서 빠지도록 했을 거라는 결론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런 일이 있은 뒤 새라가 발에 심한 화상을 입었는데, 그때 치료하면서 비로소 이 아이가 통증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새라는 화상으로 누글누글해진 한쪽 다리에 붕대를 감는데도 가만히 누워 있었습니다."

새라의 문제는 통증신호를 전달하는 신경섬유에 이상이 있다는 데 있 다. 새라의 경우는 통증을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체계가 뇌에 메시지를 전혀 보내지 않는다. 새라의 불행한 사례는 우리가 통증으로부터 얼마 나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가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통증 연구의 필요 성도 짐작하게 해준다.

통증과 통증으로부터의 해방은 어떻게 마음이 몸 건강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지를 가장 첨예하게,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된다 마음이 고통을 완화시켜 주거나, 마음의 힘으로 다시 건강한 몸을 되찾거나, 또 는 마음이 몸을 다시 온전하개 해줄 수 있는가? 그런 목적으로 마음을 사용할 수 있는가? 만약 마음으로 모든 것을 고칠 수 있다는 정신의 힘 을 높이 사는 이야기들과 전설, 그리고 마음이 할 수 있다고 믿어지는 일들이 사실이라면 인간의 정신적인 힘은 인간이 가진 자질 중 현재로 서는 가장 대접을 못 받는 자질임이 분명하다.

마음의 힘을 믿는 사람들의 견해, 또는 전해져 오는 이야기들은 돌팔 이 의사나 허풍선이 또는 뱀기름 장수들이 순진한 사람들을 속이려고 지어낸 것일 뿐일까? 이런 물음에 답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지난 300여 년 동안 애써 왔다. 과학자들은 실험실에서 여러 방법들을 동원하여 인 간의 마음에 대한 환상과 현실을 구분하고, 또 인간의 몸과 마음을 구분 하려고 해왔다. 통증이 피부에서 뇌로 가는 특정한 경로를 따라 전달된 다는 것을 최초로 제안한 사람은 데카르트였고, 그의 생각은 오늘날 사 실임이 증명되었다.

통증이 뇌에 어떻게 전달되는가를 이해하기 위해서 어떤 사람이 책상 다리에 발을 부딪힌 경우를 예로 들어 보자. 통증의 메시지는 화학물질 (P물질, 프로스타글란딘, 브래디키닌)들의 분비로 시작되는데, 이 화학 물질들은 보통 신경종말 내부나 근처에 있다. 이 화학물질들은 모두 신 경종말들을 민감하게 만들고, 책상다리에 채여 아픈 발가락에서부터 뇌 까지 통증 메시지가 잘 전달되도록 돕는다.(프로스타글란딘, 브래디키닌 등은 발가락 끝의 조직이 붓거나 벌개지는 '성냄반응'에도 일조한다. 상처 때문에 세포의 생리작용이 일시적으 로 붕괴되는데, 조직의 성냄 반응은 백혈구들을 끌어들임으로써 생리작용이 일시적으로 붕 괴한 틈을 타 침투하는 박테리아의 공격을 저지한다.)

책상다리에 부딪힌 발가락에서 보내는 통증신호는 일련의 전기화학 적 신경충동으로 변환되고, 이 신경충동이 말초신경계의 섬유를 따라서 중추신경계로 간다. 이 정보는 중추신경계가 시작되는 척수의 후각(後角) 을 따라서 더 위쪽으로 올라간다. 척수의 후각에는 통증을 탐지하는 수용기에서 오는 많은 섬유들이 다른 상향(뇌로 가는) 섬유들과 만나는 시냅스가 있다. 만약 키가 180센티미터인 사람이 있다면 수용기에서 중 추로 가는 통증에 대한 신호가 발가락에서 척수의 후각까지 전달되는 데 약2초 정도 걸린다.

통증신호는 계단식 폭포에서 물이 흘러 떨어지는 것처럼 후각에서 나 와 여러 구조들을 차례로 거치는데, 각 단계마다 여러가지 화학적 매시 지를 사용한다. 먼저 시상으로 통증신호가 전달되면 시상에서는 촉각, 냉온, 그리고 통증이 구분된다. 시상에서 다시 대뇌피질로 통증정보가 전달되면 대뇌피질에서는 통증의 정도와 확실한 위치가 확인된다.

대뇌피질에서는 또한 통증이 상징적으로 해석된다. , 통증은 이제 마음이 만들어내는 지각이 되는 것이다. 대뇌피질까지 통증정보가 전달 되면 아무리 아픔을 꾹 참으려 해도 "아야!" 소리가 절로 나오고, 뒤이 어 발가락의 통증이 자신의 부주의 탓임을 알게 되면서 화가 나게 된다, 대뇌피질에서 통증정보를 아프다는 것 외에 더욱 상징적인 성질을 띤 것으로 바꾸게 되면 퉁증은 감수할 만한 것이 되어 버린다, 순교자나 애 국자들은 상징적인 정보로 바뀐 통증을 두려움 없이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 다 .

통증정보가 대뇌피질에 전달되면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노력이 곧 시 작된다. 발가락을 책상다리에 부딪힌 사람은 그런 상황이라면 누구나 할 만한 반응을 할 것이다. , 몸을 숙여 부딪힌 발가락을 문지른다. 그 러면 얼마 안 있어 통증이 사라진 것처럼 느끼게 된다.

아픈 발가락을 문지르는 처치법이 대부분 성공적인 데는 이유가 있 다. 그 이유를 패트릭 월 박사와 로널드 멜잭 박사는 1965년에 최초로 세련된 이론으로 설명했다. 이들은 신경계가 어떤 종류의 감각정보든 (통증이나 촉각, 아니면 다른 어떤 감각정보이든) 한 시점에 처리할 수 있는 양에는 한계가 있음을 발견했다. 월과 멜잭은 너무 많은 '정보' 가 신경계를 통해 들어오면 척수의 일부 세포들이 들어오는 신호를 방해한 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들은 그 과정을 문이 닫히는 과정으로 그려 보았 고, 그래서 자신들의 이론을 '통증의 관문 이론'이라고 불렀다. 책상에 부딪힌 발가락을 문지르면 문지르는 자극에 대한 일련의 신호가 척수에 전해지고, 이 이론대로라면 이 신호가 통증신호와 경쟁하여 통증신호를 차단한다. 그 과정이 마치 문을 닫아서 통증신호를 막아내는 것과 유사 해 통증의 관문 이론이라고 이름붙였다.

극단적인 자극이 전해지면 이전의 통증자극에 대해서는 문이 닫혀 버 린다는 것이 이 이론의 요지이다. 이 이론은 급성통증의 일부 신기한 심 리적 측면들을 설명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한사람이 똑같은 부상을 당하더라도 왜 상황에 따라 통증을 느끼는 정도가 다른지를 이 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영국군이 1943년 이탈리아의 안치오에 상륙했을 때, 수백 명의 군인 들이 중상을 입었다. 그러나 그 당시 복무했던 군의관에 따르면 중상을 당한 병사들 중 4분의 3이 모르핀 투여를 거절해 그는 너무나 놀랐다고 한다. 그후 그 군의관은 그 병사들보다 덜 심하게 다친 민간인들에게 모 르핀 투여를 원하는지 물어 보게 되었다. 그러자 그들 중 80퍼센트가 모 르핀을 원했다고 했다. 그래서 그 군의관은 통증은 신체의 상태가 아니 라 마음의 상태라는 결론을 내렸다..

포다이스의 법칙 :"전 아플 시간도 없어요"

 

몇 해 전에 프레드 레이는 직장에서 일하다 오른쪽 다리를 다쳐 잘라야 했다. 그러나 지금도 그는 다리가 그 자리에 있는 것처럼 통증을 느낀 다. 그는 자신의 생생한 환상지통(幻想肢痛)을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제 다리는 끊임없이 아픕니다. 제 발톱은 톱니바퀴에 실제로 끼여 있 습니다. 발가락 끝은 타는 듯이 아프고, 발가락이 정말로 벌겋게 부어올 라 있습니다. 마치 발가락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나는 것 같습니다."

자연은 프레드 레이와 맺은 매매계약에서 가능한 조건들 중 가장 최 악의 조건을 제시한 셈이다. 자연은 없는 다리에 통증을 느끼게 만들어 버렸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한가? 어쩌면 통증은 말초에서부터 기원할 지도 모른다. 그래서 절단된 다리에도 잘린 신경이 남아 있으므로 다리 의 남아 있는 부분으로부터 잘못된 신호가 올지도 모른다. 문제를 더 복 잡하게 만드는 것은 척수의 세포들이 신경이 잘려 나갔음을 인식한다는 것이고, 절단된 다리 때문에 척수의 세포들이 더욱 흥분해 잘못된 신호 를 계속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이같은 통증이 계속되면 더 이상 정보로서 통증의 가치는 없어지고 일상생활에 심하게 지장을 준다. 이런 환상지통과 같은 통증은 외과 의 사들에게도 가장 고심거리가 되는 만성통증이다. 환상지통 외에 이런 특징을 갖는 통증으로는 꽤 진행된 관절염에 따른 통증이나 암에 수반 되는 통증이 있다. 필자를 비롯한 많은 의사들이 이런 만성통증을 겪는 환자들을 치료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경우 외과 의사들이 환자를 치료할 때 사용하는 의료필수품의 두 가지 주요 기둥인 약물과 수술이 이런 환자들에게는 모두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약물과 수술이 소용없는 경우가 신기한 일만은 아니다. 왜냐 하면 통증이 단순히 "어디가 어떻게 아픈가?"만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 이다. 통증에는 자존심, 독립심, 다른 사람들의 동정 어린 눈빛 같은 문 제들, 즉 통증 전문가들이 '이차 이득' 이라고 부르는 요인들이 개입되 어 있다. 만약 이차 이득이 주는 유리한 점들이 너무나 매혹적이라면 이 세상에 있는 어떠한 약물이나 수술법도 통증을 없애지는 못할 것이다. 통증이 제거되면 지금까지 그 통증으로 인해 누려 오던 이차 이득이 사 라질 테니까.

시애틀의 워싱턴 대학 의과대학에 있는 다학문적 통증센터(Multi- disciplinary Pain Center)의 윌버트 포다이스 박사는 "통증은 단순한 감 각 경험이 아닙니다."라고 말한다.

"통증은 매우 복잡한 현상입니다. 통증은 부상의 정도, 부상이 얼마나 뇌에 잘 전달되었는가, 그리고 부상당한 사람이 부상을 어떻게 생각하 고 있느냐, 즉 이 부상이 금방 나을 것인가 등까지 모두 포함하고 있습 니다. 우리 인간은 통증에 대해 아주 독특한 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 간은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 습니다. 그래서 부상당하면 우리의 뇌는 부상을 낳은 사건에 어떤 의미 를 부여할 것이고, 그 의미는 어떤 일을 기대하는지에 영향을 받습니다. , 장래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따라 부상에 대해 부여하는 의미도 달라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통증을 일으킬 자극 이 일어나면, 그에 대한 반응의 크기는 자극이 사람에게 어떤 의미를 가 지게 하는가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포다이스는 몇 년 동안 통증을 호소하는 수천 명의 환자를 치료했는 데, 자신의 일에 만족해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덜 아파 하고, 고통도 덜 느낀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것을 포다이스의 법칙이라 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포다이스는 어떤 환자가 허리 통증을 나중에 겪 게 될 것인가 아닌가를 가장 잘 예언하는 지표들이 직업과 개인적인 불 행임을 발견했다 진통제 광고의 문구인 "전 아플 시간도 없어요"라는 말은 포다이스의 법칙에서 나온 개념을 핵심적으로 설명해 주다 활동 적이고 만족스럽게 사는 사람은 만성통증을 겪을 확률이 낮다

어떤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 얻는 보상보다 통증과 질병으로부터 얻 는 보상이 더 큰 것처럼 보인다. 통증을 보상체계에서 떼어내기 위해 여 러 곳에 세워진 통증치료소들이 환자의 마음에 초점을 맞추어 진료하고 있다. 이 통증치료소들은 행동과학적이고 여러 학문 분야를 통합시키는 쪽으로 접근하고 있다. , 이들 치료소에서는 최면술이나 심리치료, 바 이오피드백, 그리고 행동수정 기법들을 써서 환자들에게 자신을 돌보 고, 활동량을 늘리며, 약물복용량을 줄이고, 배우자나 친구들의 동정을 사거나 주의를 끌려고 노력하지 말 것을 가르친다. 그럼에도 만성통증 은 환상이 아니다. 포다이스는 설명한다.

"통증치료 프로그램에 찾아오는 사람들은 정말로 통증 때문에 괴로움 을 느끼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종종 '통증이 실제로 있는 것일까?' 묻 곤 합니다. 물론 통증은 현실입니다. 그 질문을 올바르게 고치면 '그 사 람이 왜 고통받고 있습니까?' 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미국 시애틀 통증연구소의 한 여자환자는 그의 X레이 사진만 보면 통 증을 느낄 아무런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그 환자는 "제 몸의 어떤 부위 도 통증을 느끼지 않는 때가 거의 없습니다. 항상 저는 통증을 느낍니 다.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고, 온 몸이 아프죠"라고 주장한다. 이 환자도 이 통증연구소에 있는 다른 환자들처럼 근심이 많고 작은 일에 도 쉽게 속이 상하는 사람이다. 포다이스에 따르면 이 환자는 고통이나 불안, 우울과 공포 같은 것들을 통증과 혼동하고 있는 듯하다. 포다이스 는 사람들이 환자를 과보호할 때 통증이 만성으로 발전한다고 설명하고 있 다 .

"이런 환자들은 너무 많이 쉬고 자신을 지나치게 보호합니다. 우리 전 문가들은 이란 과보호현상을 비사용(disuse)이라고 부릅니다. 통증이 만성화되는 두 번째 이유는 통증을 느끼는 사람이 그 고통을 호소하면 주위 사람들이 그를 과보호하는 경향 때문입니다."

통증은 인간만이 독특하게 느끼는 현상이며, 그렇기 때문에 사람의 마음이 만들어내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시애틀 통증연구소의 책임 심리학자인 존 로지 박사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통증 문제를 보이는 동물 모델은 전혀 없습니다. 사슴이 이렇게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전 도저히 먹이를 찾아 뛰어갈 수가 없어요. 그냥 여기 누워서 이 세상이 나를 어떻게 하든 가만히 있을 거예요.' 이렇게 말하는 사슴은 굶어죽지 않는다면 밤 사이에 늑대에게 잡아먹힐 것입니 다. 인간이 '난 일할 수가 없고, 자신을 돌볼 수가 없어요' 라고 말하면 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사회는 현재의 산업화된 사회밖에 없습니다."

 

통증을 넘어서

모든 통증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레슬리 콜리 에는 런던 로얄 발레단의 주연 무용수로. 통증은 그 녀의 오랜 친구이다. 따라서 통증과 함께 살아 가는 법을 터득해 왔다. 콜리에는 이렇게 말한다.

"세상에서 멍든 발가락이 가장 아플 겁니다. 발가 락에 멍이 들면 그 통증이 다리를 타고 다리 위끝까 지 올라옵니다. 이 통증은 누구라도 사라지기를 바라 겠죠, 마조히스트 같은 이야기로 들리겠지만, 통증을 느낄 때 자신을 통증 속으로 들어가게 만들면 통증이 좀 가십니다. "

콜리에는 연습할 때마다 통증 의 장벽을 넘어야 한 다. 통증을 억지로라도 극복해야만 한다. 그렇게 아 프고 힘들 때면 그녀는 공연하는 날 저녁에는 그렇게 아프지는 않을 것이라며 자신을 위로한다. 무대에서 공연할 때 콜리에는 맡은 역할에 몰입하여 통증으로 부터 자신을 분리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무대 위에 있을 때 제 마음이 어딘가에 완전히 몰 두해 있습니다. 마음이 너무나 바빠서 통증을 느낄 겨를도 없는 거지요. "

 

뇌와 면역체계의 상호작용을 조절하는 시상하부

 

건강에 미치는 마음의 영향을 실제로 확립하기 위해서는 과학자들이 뇌 와 면역체계 사이의 연결관계를 찾아내야 했다. 해부학자들은 면역체계 의 중요한 요소들, 말하자면 흉선이나 골수 또는 림프선 같은 부위들에 신경섬유가 풍부하게 들어 있음을 19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올 무렵 발 견했다. 이 발견은 뇌와 면역체계의 연결관계를 찾는 과정에서 첫번째 단계에 속한다. 이후 더 세밀한 관찰 결과 이 신경섬유의 종말들이 면역 체계 내의 림프구세포들과 아주 가깝게 엉켜 있어서 뇌와 면역체계 사 이의 상호 의사소통에 직접적인 수단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나 뇌와 면역체계의 관계를 보여주는 가장 확증적인 증거는 로체 스터 대학의 로버트 에이더 박사와 니콜라스 코헨 박사가 수년 전에 행 한 몇 차례의 훌륭한 실험들을 통해서 얻어졌다. 이들은 쥐에게 사카린 용액을 먹인 다음 약물(시클로포스파미드로 림프선종 백혈병 치료제)을 주사했는데, 이 약 물은 쥐에게 메스꺼움을 느끼게 했다. 연구자들이 예상했던 대로 그 쥐들은 사카린 용액을 마시 는 것을 중단했다. 시간이 지난 후 그 약물 투여를 중지하니까 쥐들은 다시 서서히 사카린 용액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40일쯤 후에 사카린 용액과 약물 을 둘 다 먹은 쥐들이 높은 비율로 죽기 시작했다. 사카린 용액만을 먹 은 쥐들은, 즉 사카린 용액과 메스꺼움을 느끼게 하는 약물 간의 관계를 조건형성으로 학습하지 않은 쥐들은 정상 수명으로 살았다. 두 집단의 쥐들이 다 사카린 용액을 먹었으므로 사카린이 한 집단의 쥐들이 일찍 죽게 한 원인은 아니었다. 그러면 왜 한 집단의 쥐들이 정상 수명보다 일찍 죽게 되었을까?

에이더와 코헨은 시클로포스파미드의 특성에 더 주의를 기울이기로 결정했다. 연구자들은 시클로포스파미드라는 약물이 면역체계의 억제 제로 작용함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사카린과 시클로포스파미드를 동시 에 받음으로써 사카린을 혐오하는 조건이 형성됨과 함께, 연구자들이의도했던 바는 아니지 만 면역반응에 대한 억제 조건형성이 진행되었던 것이다. 그 결과 면역반응이 억제된 동물들은 환경 내의 박테리아나 바 이러스에 의한 질병에 걸리거나 죽음을 당할 확률이 더 높아겼다. 에이 더 박사는 말한다.

"이것은 면역활동의 억제도 조건형성될 수 있다는 증거입니다. 이렇 게 면역체계의 억제를 조건형성하는 일은 뇌의 개입 없이는 불가능합 니다. "

그러면 뇌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곳은 도대체 어디인가? 1960년대 초기에 러시아에서 진행된 연구는 뇌와 면역체계의 상호작용을 조절하 는 데 시상하부가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시상하부는 변연 계와 신경 연결된 세포들이 많이 있는 곳인데, 변연계는 뇌의 감정중추 이다. 시상하부는 전체 뇌 부피의 1퍼센트도 차지하지 않지만 핏속을 순환하고 있는 다양한 호르몬들에 대한 수용기를 가지고 있다. 또한 시 상하부는 바로 그 밑에 있는 뇌하수체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여러 실험 결과들을 보면, 시상하부에 외과수술로써 변화를 주면 면역반응이 파괴 되는 반면, 같은 부위를 전기 자극하면 면역반응이 활발해짐을 알 수 있 다. 그러므로 시상하부는 뇌와 체내 넓은 범위의 조절 기능을 매우 밀도 높고 복잡하게 연결한다,

뇌와 면역체계를 연결시키려는 연구들은 주로 스트레스에 초점을 맞추 어 왔다. 1920년대에 생리학자인 월터 케넌은 어떤 유기체가 소스라지 게 놀라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가 교감신경계를 재빨리 활성화시킴 으로써 반응하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심장박동 이 빨라지고, 호흡도 가빠지고, 피부에 있는 피가 피부 아래의 근육으로 몰린다. 이렇게 피를 근육으로 몰리게 함으로써 산소 공급이 증진되어 유기체가 나서서 '싸우거나' 물러서서 안전한 곳으로 '도주할' 수 있게 해 준다.

스트레스가 계속되면 앞에서 말한 것보다 좀더 복잡한 반응이 몸 안 에서 일어난다. 이 계속되는 스트레스에 대한 더욱 복잡한 반응에 한스 셀리에 박사는 일반순응증후군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셀리에는 계속되 는 스트레스가 면역성에 장애를 가져오는 이유는 주로 부신이 분비하는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코스테로이드 호르몬이 면역체계의 중요한 요소들 을 억제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부신피질의 스트레스 호르몬들이 면역체계의 요소들에 영 향을 주는 일은 어떤 네트워크에서 한 요소가 다른 요소에 곧바로 영향 을 미치듯 단순한 일은 아니다. 스트레스 호르몬들이 면역체계의 요소 들에 영항을 미치는 방식은 마치 푸가나 대위법에 따라 작곡된 곡조처 럼 여러 요소들의 복잡한 짜임으로 되어 있다. , 다른 다양한 호르몬 들(프로게스테론, 에스트로겐, 테스토스테론, 성장 호르몬, 프롤락틴 등)이 면역기능의 일부 측면들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로버트 에이더는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이 면역반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잠재적인 가능성을 지닌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말한다. 이같은 발견들은 마음이 몸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에 대해 새로운 용어를 만들 어냈다. 허버트 스펙터 박사는 이처럼 여러 호르몬들을 통해 마음이 몸 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에 '신경면역조절' 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같은 여러 분야를 통합한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한 선구자 중 한사 람으로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이는 휴고 비제도프스키 박사 이다. 다보스플라츠에 있는 스위스 연구기관에서 비제도프스키는 면역­ 뇌 네트워크를 피드백 시스템 관점에서 연구해 왔다. 피드백 시스템은 온도계가 방안의 온도를 측정하여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도록 난방기를 켜고 끄는 것과 마찬가지로, 뇌가 신체의 각 부위로부터 피드백을 받아 서 그 결과 일정한 '내부환경'을 유지하기 위하여 다양한 신체 부위에 작용을 한다는 말이다. 내부환경이란 19세기의 프랑스 신경생리학자인 클로드 베르나르가 처음 쓴 용어이다.

비제도프스키는 쥐의 뇌에 전극을 붙이고 쥐의 면역체계를 자극할 수 있는 세포들을 쥐에게 주사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관찰했다. 그 결과 쥐의 뇌에서 전기 활동이 증가했는데, 비제도프스키는 이것이 "뇌가 실제로 면역체계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안다"는 분명한 증거라 고 말한다.

뇌는 면역체계의 활동을 감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면역체계에 조절 영향을 미친다. 림프구세포들이 바이러스나 박테리아를 공격하면 뇌로 들어가는 혈류를 통해서 이에 대한 화학 신호가 전달된다. 그러면 뇌는 그 상황의 요구에 맞도록 면역체계의 성질을 바꿀 수 있는 호르몬의 생 산을 시작 또는 중단함으로써 이 화학 신호에 반응한다. 이같은 뇌와 면 역체계의 상호작용은 본질적으로 피드백 회로이다. , 뇌가 면역체계 에 지령하면, 면역체계는 다시 뇌에 정보를 전달해 뇌가 그 반응을 더욱 더 미세하게 조절할수 있게 된다. 사실상 뇌와 내분비선들이 서로 대화 를 나누는 데 쓰는 호르몬이라는 언어를, 많은 면역세포들이 뇌에게 '이야기' 하는 데도 사용한다. '면역계의 주분비선' 으로 알려진 흉선이 면역체계의 조절과 면역체계가 뇌에 보내는 피드백에서 중심 역할을 하 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버밍햄에 있는 앨라배마 대학의 면역학자인 에드윈 블레일록 박 사에 따르면, 면역체계는 아마도 여러 다양한 호르몬들을 분비하여 신체 내의 거의 모든 체 계들과 의사소통을 할 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감염성 질병에 걸리면 면역세포들이 엔돌핀 을 생성하여 통증을 완화한다든지 기분을 좋게 해준다. 그리고 흉선 자극 호르몬이 심장박 동, 호흡, 또는 일반적인 신진대사를 자극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이때는 성호르몬이 정력, 성적 관심 또는 생식력을 감소시키게 된다.

블레일록은 또한 면역체계가 오감에 더해서 박테리아나 바이러스 침입에 대한 여섯 번째 감각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냐고 제안한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감각기관에 속하는 체계들이 빛, , 냄새, 소리, 촉감만을 전달한다고 할 때 뇌는 어떻게 자신이 박테리아나 바이러스의 침입을 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겠는가? 블레일록은 어쩌면 "면역체계는 기존 감각체계 가 인식하지 못하는 감각 기능을 할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일단 뇌가 면역체계가 내놓는 화학적 메시지를 인식하면 뇌는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 적절한 호르몬들의 반응과 생리적인 변화를 마치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지휘해낸다.

그러나 신경과학자들은 뇌와 면역체계의 조절에서 작용하는 확실한 기제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한 면역세포의 활동은 또한 그 세포의 세 포막에 있는 특정한 수용기들의 활성화에 의해서도 직접 조절될 수가 있다. 면역세포들은 호르몬과 펩티드에 대한 수용기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신경전달물질에 대한 수용기도 가지고 있다. 이 면역세포들의 수 용기 가운데는 뇌에서 배달부 역할을 하는 화학물질들 중 가장 초기에 철저히 연구된 노어에피네프린, 아세틸콜린과 결합하는 것들도 있다. 이런 신경활성물질들은 목표로 하는 면역세포의 종류와 사용된 신경전 달물질에 따라서 면역세포의 활동을 증진시키거나 억제한다.

이러한 최근의 발견들은 마음이 건강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 해 새롭고 역동적인 관점을 갖게 해준다. 뇌와 면역체계, 그리고 내분비 계가 공통으로 지닌 특성은 세포 간 상호 의사소통이다. 이 세포 간 의 사소통에 뇌의 뉴런들이 사용되는지, 면역체계의 림프구세포가 사용되 는지, 아니면 췌장의 인슐린을 분비하는 세포들이 사용되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사실상 신경전달물질과 호르몬의 구분조차도 희미해지 는데, 같은 화학물질이 뇌와 면역체계, 그리고 내분비계에도 영향을 준 다는 것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결과들은 뇌에서 분비하 거나 면역체계와 내분비계에 있는 다른 분비선들이 분비하는 호르몬이 통제하는 분비선으로서의 뇌를 생각할 수 있게 해준다. 마음의 구성의 저자인 리처드 버글랜드 박사는 이렇게 지적한다.

"여러가지 질병들, 특히 스트레스와 관련된 질병들은 신체와 뇌 사이 를 왔다갔다하는 호르몬 신호들을 이해함으로써 더욱 쉽게 치료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같이 호르몬이 마음을 조절한다는 개념의 중심에는 사고 대상들이 뇌 안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몸 전체에 퍼져 있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조절기능을 하는 호르몬은 몸 전체에서 발견되기 때 문입니다. "

그래서 마음은 뇌만의 현상이 아니라, 뇌와 면역체계와 내분비계의 협응에 의한 현상임이 밝혀지고 있다.

면역체계

시인 존 돈은 "하나의 섬처럼 존재하는 사람은 없다" 고 했다. 이것은 인간의 사회성을 가리킨 말이다. 그 러나 생물학적으로 보아 인간은 섬과 매우 유사하다. 섬과 유사한 점을 하나 들면, 인간은 다른 유기체들 과 해로운 독성물질로부터 보호해 주는 피부라는 막 에 싸여 있다. 섬 보전을 방해하는 침입자들이 들어 오면 우리 몸은 감염되고, 감염은 때로는 생명을 위 협할 만큼 심각할 수도 있다. 바이러스나 박테리아는 피부에 난 생채기를 통해 몸 속으로 침입해 종기나 인후염, 혈액 감염 등을 일으킨다. 염증의 최종 결과 는 그 감염을 일으키는 유기체 또는 우리의 몸이 침 입자에 맞서 싸울 준비가 얼마나 잘 되어 있는가에 달 려 있다.

박테리아나 바이러스, 그리고 화학적인 침입자들 에 대한 방어는 생명의 발생 초기부터 필수적이었을 것이다. 아메바와 같은 단세포동물조차도 원시적인 방어기제를 갖추고 있다. 또한 박테리아에게 공격당 한 곤충들은 침입자를 불활성화하는 물질을 분비하 기도 한다. 진화의 등급이 더 높은 동물에게서는 공 격자를 소화할 수 있는 세포들이 나타난다. 인간도 그처럼 움직일 수 있는 청소부 세포들이 더욱 발달한 형태로 존재한다. 청소부 세포들은 면역체계의 다른 여러 방어요소들과 조합하여 존재하는데, 이들이 힘 을 합쳐 해로운 침입자들을 기억하고, 인식하고, 제 거할 수 있다.

우리의 면역체계는 움직이는 세포와 움직이지 않 는 세포, 살세포(殺細胞), 항체, 그리고 자기 신체에 속하지 않는 모든 것을 파괴하고 제거하는 것이 주 된 임무인 화학물질 등으로 이루어진 정교한 합주단 이다. 복잡함이나 구성요소의 수에서 면역체계는 뇌 와 잘 대응한다. 우리의 면역체계를 추출하여 불순 물을 제거하면 그 무게가 0.9킬로그램 정도 된다. 한 편 성인 인간의 위는 1.3~1.4킬로그램의 무게를 갖 고 있다.

면역체계는 림프구세포라고 불리는 백혈구 1조 개 와 이 림프구세포가 생성하고 분비 하는 엄청난 수의 분자들인 항체들로 구성된다. 그 구성요소인 뉴런들 이 평생을 가는 뇌와는 달리,. 면역체계는 끊임없이 자신을 새것으로 바꾼다. 이 문장을 읽는 몇 초 동안 에도 독자의 몸은 1천만 개의 새로운 림프구세포와 수천억 개의 새로운 항체분자를 만들 것이다. 마음은 그렇게 큰 낭비에 혀를 내두를 것이다. 더 놀라운 것 은 이들 항체분자가 저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신체의 질병을 막는 주요 방어선으로 작용하는 데는 수백만 개의 각기 다른 항체분자들이 필요하다.

구조와 기능이 매우 다른데도 뇌와 면역체계는 흥 미로운 유사성을 보여준다. 둘 다 기억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면역체계에서는 외부 침입자, 곧 항원 이 침입자를 겨냥한 특정한 항체를 만들도록 림프구 세포를 자극한다. 수년 후에 그 항원이 다시 나타나 면 그것은 이전과 똑같은 중성화작용을 하는 항체를 생성하도록 촉발할 것이다. 이같은 기억은 뇌가 친숙 한 얼굴을 저장하고 회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특정 한 것에 대해 이루어진다.

 

 

스트레스는 마음먹기에 달렸다.

 

친인척과의 사별은 사람들, 특히 남자들을 질병이나 죽음에 취약하게 만든다. 뉴욕에 있는 마운트 시나이 의과대학에 있는 마빈 스타인 박사 와 동료들은 아내를 유방암으로 잃은 남편들의 면역체계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살펴보았다. 이 연구자들은 이들의 림프구가 박테리아나 바이러스의 침입에 반응하는 능력이 아내가 사망한 지 한두 달 뒤에 급 격히 떨어지는 것을 발견했다.

근친과 사별하면 대개 심한 우울증을 겪는다. 스타인과 동료 연구자 들은 후속 연구에서 심한 우울증으로 입원한 환자들의 림프구세포들의 반응을 살펴보았다. 이 환자들은 우울증뿐만 아니라 면역억제도 보였 다. 여기서는 스트레스가 주어지는 상황과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의 태도가 특별히 중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 나아가 여러 종류의 스트레 스가 면역체계와 관계가 있는 다양한 질병들에 취약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여러 조건들이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을 변화시켰다. 하루 중 언제 스트레스를 받느냐, 스트레스 지속기간과 빈도, 심지어는 스트레 스의 종류(소음이냐, 전기충격이냐) 같은 조건들이 스트레스에 대한 반 응을 바꿀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사람들이 모두 스트레스에 취약하지는 않다는 사실이다.

여러 연구들은 일상적인 스트테스를 많이 경험할수록 육체적인 질병, 심장병이나 감염, 알레르기, 심지어는 암 등에 걸릴 확률이 높아짐을 밝 혔다. 하버드 대학의 조지 밸리언트 박사는 수십 년간 스트레스에 대해 광범위한 연구를 해왔고, 그 결과 알코올이나 담배의 남용 또는 비만 등 의 변인을 통계적으로 통제했을 때조차도 나쁜 정신건강은 나쁜 육체 건강과 관계 있음을 밝혀냈다. 밸리언트는 이런 결론을 내렸다.

"스트레스는 생존을 돕기 위해 인간이 독창적으로 개발해낸 스트레스 에 대한 적응방식보다 더 강력하지는 못합니다. 스트레스에 대한 그런 적응반응을 건강한 정신이라고 하든, 성숙한 극복기제라고 부르든 간에 그 기제들을 이겨낼 만큼 강력한 스트레스는 없습니다."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특정한 상황이 조금이라도 스트레스를 일으킬 만한가, 아닌가를 정의하는 일조차도)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은 스트 레스에 대처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쥐들에게 피할 수 없는 전기충격을 반복해서 주면 쥐들은 수동적이 되고 만다. 이 연구를 할 당시 펜실베이 니아 대학에 있었던 마틴 셀리그만 박사와 스티븐 메이어 박사는 이런 '학습된 무력감' 이 쥐들로 하여금 질병에 약하게 만든다고 한다. 이 연 구는 1960년대 중반에 이루어졌다.

이 연구자들은 쥐들에게 종양을 일으키는 물질을 주사하고 피할 수 없는 전기충격을 주었는데, 많은 쥐들이 암에 걸렸다. 반면 전기충격은 받았으나 우리 안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가 전기충격을 피할 수 있었던 쥐들은 종양세포가 잘 자라지 않는, 즉 종양세포를 거부하는 경향을 보 였다. 또한 종양세포를 주사받기는 했지만 전기충격을 받지 않은 쥐들 도 종양에 걸리지 않았다.

인간도 스트레스의 영향을 받는 정도에는 매우 큰 변산성을 보인다. 하버드 대학의 스티븐 로크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생활의 변화에 따른 스트레스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은 면역체계가 선천적으로 지닌 살 세포가 독성종양을 없애려는 활동력이 떨어진다고 한다. 이런 사람들은 쉽게 우울증에 걸릴 수가 있다. 쉽게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의 우울증 은 우디 앨런이 자신의 영화에서 "전 우울해지진 않아요. 대신 몸 속에 종양을 키우고 있죠"라고 비꼬아 말한 것과 같은 상황에 이르게 된다.

반면에 스트레스를 잘 극복하는 사람들은 똑같아 보이는 스트레스 상 황에서도 면역체계가 선천적으로 보유한 살세포들의 활동력이 저하하 지 않는 것이 관찰되었다. 여기서 똑같은 스트레스로 '보인다'고 표현 한 까닭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과 똑같은 스트레스를 경험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는 어떤 경우라도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을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따라, 즉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의 맥락에서 보아야만 한다. '근대 의학의 아버지' 라고 불리는 윌리엄 오 슬러 경은 "결핵의 치료는 환자의 가슴속에 무엇이 들어 있느냐보다는 환자의 머릿속에 무엇이 들어 있느냐에 더 많이 좌우된다"고 말하기도 했 다

스트레스에 어떻게 반응하느냐는 스트레스에 대한 통제력을 얼마나 갖고 있느냐에 많이 좌우된다. 스티븐 메이어는 통제력의 효과를 쥐를 대상으로 연구했다. 확립된 군체를 이룬 쥐들 속에 새로운 쥐 한마리를 들여놓는 실험이 행해졌다. 이 실험에서 쥐들은 곧바로 서로를 탐색했 고, 얼마 안 있어서 그 군체에서 확고한 세력을 갖고 있는 수컷이 침입 자를 공격했다. 메이어는 설명한다.

"어떤 쥐들은 금방 포기해 항복 자세를 취하죠.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계속 싸우는 쥐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쥐들도 다른 쥐들의 영역이 라는 상황에서는 결국 포기하고 맙니다. 패배한 쥐들을 다음과 똑같은 상황에 다시 놓아두면 거의 즉각적으로 항복 자세를 취합니다."

침입자 쥐가 싸움에서 부상당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러나 포기를 함 으로써 그 쥐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통제할 힘을 잃는다. 그리고 이 간 단한 심리적 변화(스트레스에 대한 통제력을 갖고 있다가 잃음)가 쥐의 건강에 영향을 주는 뚜렷한 신체적 변화를 가져온다.

"그 상황의 총체적인 결과는 남의 영역에 침입한 쥐가 상황을 어떻게 지각하느냐에 결정적으로 좌우됩니다. 스트레스의 해로운 영향이 나타 나는 때는 특히 쥐에게 통제력이 없을 때입니다. 통제력이 없는 상황에 서는 궤양이 생기기도 하고, 스테로이드가 많이 분비되며, 신진대사의 변화가 따릅니다. 그리고 그 결과 궁극적으로는 이같은 면역성의 변화 가 나타나는데 면역성 변화는 통제력 변화의 함수로 나타납니다."

불확실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건강유지에 중요한 것은 실제 의 통제력이 아니라 단지 자신이 상황을 통제할수 있다는 믿음이다. 치 과 의사들은 이를 뽑기 직전에 이런 말을 한다. "손을 들면 제가 멈출 테니까, 너무 아프면 손을 들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말을 들으 면 크게 안심한다. 매이어는 이렇게 지적한다.

"실제로 손을 드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치과 의사도 환자가 손을 든다고 하던 일을 빨리 멈출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통제할 수 있다, 즉 내가 손을 들면 의사가 멈츨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스트 레스의 부정적인 효과를 상쇄시키기에 충분합니다.”

몸의 건강과 안녕에 마음이 막강한, 어쩌면 압도적인 영향을 미친다 는 것이 사실이라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만약 어떤 사건에 대한 나의 태도나 해석이 육체적인 건강에 막강한 영항을 미친 다면 현실적으로 내 건강이나 안녕을 책임질 사람은 바로 나라고 결론 내리는 것이 합리적일 듯하다. 이런 결론은 마음과 몸이 맺는 관계에 대 한 혁명적인 재평가이다. 이는 또한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결론이다. 왜 냐하면 자신의 건강과 안녕을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은 실용적인 측면에서 아주 음울한 결과들을 가져올 수가 있기 때문이다

 

살려는 의지가 암도 이겨낸다면

스트레스와 암은 관계가 있는가? 이 물음은 고대 때부터 제기되어 왔 다.2세기의 그리스 의사이자 작가였던 갈레노스(체액병리설에 근거해 성격을 다혈질<빠름. 약함>, 담즙질<빠름.강함>, 우울질<느림.강함>, 점액질<느림.약함>네 기질로 구분했다." 우울질의 여성들 이 유방암에 걸리기 쉽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스트레스와 암의 관계에 대한 의문은 1954년까지는 아무도 과 학적으로 탐구하지 않았다. 1954년에 와서야 과학자들은 암에 걸렸다는 사실 때문에 심한 우울증에 걸린 환자들의 수명을 관찰하게 되었다. 그 런 환자들은 대체로 잘 생활하지 못했고, 예상보다 병에 일찍 굴복하는 경향이 있었다. 지난20여 년 동안 연구자들은 자신의 병에 대한 암환자 들의 태도가 생존기간에 미치는 영향을 계속 연구해 왔다.

물론 생존율을 설명하는 데는 병에 대한 정신적 태도말고도 여러 요 인이 있다. 그 중의 하나가 나이이다. 또 암의 임상적인 단계, 즉 암세포 가 국부에만 있느냐, 아니면 널리 퍼졌느냐가 생존율을 결정하는 중요 한 요인이 될 수 있다. 때로는 종양의 등급(악성인가 양성인가)도 중요 한데, 암세포가 덜 분화되어 있을수록 예후가 더 나쁠 수밖에 없다.

이런 여러 요인들이 암환자의 생존율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보면, 스 트레스와 암의 관계 문제에 관하여 회의적인 견해가 있는 것은 당연하 다. 런던의 왕립 마르센 병원의 스티븐 그리어 박사는 말한다.

"의료 분야에서는 이 문제가 커다란 논쟁거리입니다. 정신적인 과정 이 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능성조차도 받아들이기기 쉽지 않습 니다. 저는 우리 의사들이 의과대학에서 마음과 몸은 엄격히 구분된다 고 배웠고, 그 이야기를 계속 들어 왔기 때문에 마치 세뇌된 것처럼 우 리 머릿속에 마음과 몸의 구분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 다. 물론 마음과 몸을 구분한다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고 말도 안되는 이야기 입니다. "

마음과 몸을 엄격하게 구분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생각은 그 리어뿐만 아니라 그의 환자인 레이철 빌즈도 갖고 있다. 레이철은 자신 의 태도가 자신의 생존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확고하게 믿는다. 그녀는 오랫동안 암과 싸워 왔다. 이미 6년 전에 한쪽 유방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고, 3년 전에 한쪽 폐가 종양을 이기지 못하고 허탈 상태에 빠졌다. 당시에 그녀는 1년이라는 시한부 삶을 선고받았다. 최근에도 두 번씩이 나 종양이 재발했지만 그녀는 아직도 포기하지 않고 있다. 레이철은 계 속해서 교직에 몸담고 있고, 다양한 스포츠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녀는 아직까지 자신이 살아 있는 데 가장 중요한 힘은 자신 의 태도라고 생각한다.

"살아야겠다는 의지력, 암과 싸워 이기겠다는 의지력을 갖지 않았다 면 저는 이 자리에 없을것입니다. 전 그걸 확신할수 있습니다. 제게 그 런 의지력이 있었기에 애초부터 이 병과 싸워 이길 수밖에 없게 되어 있 었습니다 "

레이철은 그리어의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데 이 연구는 치료를 통해 서 태도를 바꾸면 암환자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가를 밝혀내려는 것 이다. 초기 유방암에 걸린 69명의 여성 집단에서 그리어는 태도가 생존 과 높은 상관관계가 있음을 발견했다. 활발한 '투지' 를 가진 여성들은 결과가 가장 좋았고, 무기력하거나 희망이 없다는 태도를 보인 여성들 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심지어는 10년 이상 더 사는 경향을보였다. 그러 나 아무도 태도가 전부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레이철은 말한다.

"제 생각에 통상적인 약물치료를 하지 않는 것은 미친 짓입니다. 그런 약물치료가 제 경우에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우리에게는 몸도 하나, 마 음도 하나, 정신도 하나 있습니다. 저는 이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이 세 가지 모두를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신적인 태도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하는 테 암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할 수도 있다. 환자가 암 말기에 이를 무렵이면 모든 정황이 생존에 불리하기 때문에 마음의 힘으로도 생명을 연장시킬 수 없을지도 모른다.

치유의 말

환자에게 적절한 설명을 해주거나 마음을 편하게 해 주는 말을 하는 것은 선 분비에까지 염향을 미칠 수 도 있는 치료효과 같은 것을 가져올 수 있다. 정확히 말하면 의사의 말은 '단순한' 귓속 공기의 울림 이상 으로, 의사의 특정한 정신적인 상태에 상응하는 일련 의 진동을 구성한다. 의사의 말은 어떤 의미를 전달 하거나 중요성을 띠고 있올 때만 효력이 있다. 효력 을 내는 것은 의사가 하는 말의 의미이다. 그러나 '의미' 는 때때로 정신적이거나 영적일 수 있다. 원한 다면 픽션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 하고 그 의미는 화학 조제품보다 횔씬 더 효과적인 방식으로 환자가 질병의 경과에 영향을 미치도록 만 든다.

우리는 의미를 가지고 신체의 생화학적 과정에까 지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픽션이 환자자신에게서 자 발적으로 생겨나는 것인지, 아니면 바깥에서 인간의 언어라는 방법으로 환자에게 닿는 것인지 알 수는 없 지만 그 의미는 병을 도지게 할 수도 있고 낫게 할 수도 있다.

 

카를 융

 

최면술로 통증을 다스린다

 

지난 7년 동안 게일 셰이버는 관절염으로 인한 통증을 통제하기 위해 자기최면술을 사용 해 왔다. 그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최면 상태에서는 어떤 통증도 지각할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의 마음, 즉 주의 폭(attention span)이 다른 곳에 가 있기 때문입니다. 자 기최면 상태에 있으면 통증을 무시할 수 있습니다. 마치 라디오 주파수 를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것처럼 통증을 꺼버리는 것입니다. 잠재의식은 최면 상태에서 받은 생각, 즉 고통을 어떻게 받아들이라는 명령을 수용 하여, 최면에서 깨어나도 최면 상태 때 당신이 명령한 것에 잠재의식이 따르게 됩니다. 당신 스스로 고통을 전깃불처럼 '켜기도 하고 끄기도 하는' 것입니다. "

통증을 최면술로 다스릴 수 있다는 사실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스탠퍼드 대학의 데이비드 스피겔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통증은 두 가지 요인에 의해 만들어집니다. 그 두 요인 중 하나가 물 리적인 신호, 그러니까 염증이나 신체 손상 등이 되겠고, 다른 요인은 통증의 의미 또는 통증의 메시지입니다. 최면술은 이 두번째 요인인 통 증의 의미에 작용합니다. 최면술은 뇌로 보내어진 통증을 사람들이 해 석하는 데 변화를 일으킵니다. 만일 어떤 사람이 자신이 암이나 관절염 에 걸런 사실을 알고 있지만 통증이 그리 심하지 않다면 그는 최면술로 그 통증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 방법은 다른 심상이나 비유에 정신 을 집중함으로써 통증을 관심 범위에서 벗어나게 만드는 것입니다."

최면술은 우리가 느끼는 감각들로부터 자신을 분리할 수 있게 해준 다. 최면술의 작용 과정은 다음과 같다. 특정한 감각이나 생각은 우리 의식에서 걸러져 나가는데, 이런 일은 항상 일어난다. 예를 들어 앉아서 이 문장을 읽고 있는 동안 독자는 자신의 다리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관 심을 기울이지 않는 한 알 수 없을 것이다. 만일 다리 자세에 주의를 기 울이게 되면 의식의 초점이 바로 전에는 의식 바깥에 있던 신체 부위, 즉 다리로 순간적으로 이동한다. 최면술도 바로 이처럼 작용해서 우리 의식 속에 있는 것들 중 어떤 것이 더 중요한지 지각을 변화시킴으로써 재 배 열 한다.

최면 상대는 뇌파 패턴의 뚜렷한 변화로 나타난다. 이런 뇌파 변화를 통해 의식에서 어떤 것이 더 중요한가를 재지정하는 일이 뇌의 피질에 서 기원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스피겔은 말한다.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별해 주는 것은 진화를 통해 인간이 가지게 된 엄청난 크기의 신피질입니다. 우리보다 더 정확하게 사물을 지각할 수 있는 동물들은 많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신호를 재조직화하고 그것들 중에서 어떤 것은 택하고 다른 것들은 택하지 않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 고 있습니다. "

'긍정하는 마음'은 훌륭한 처방법

 

10여 년 전 어느 날 오후 45세 된 여성이 꽤 보기 드문 문제를 가지고 필자의 사무실로 찾아왔다. 이 여성은 10여 년 동안 그녀의 주치의였던 의사가 사기꾼이었음이 드러나 매우 분노해 있었고 우울해하며 환멸을 느끼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녀는 그 의사에게서 치료를 받는 동안 건강 이 나아졌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질문에 필자가 어떻게 답할지 궁금해 했다. 그 질문은 '그 사기꾼이 의사가 아니고 의학에 문외한이었다면 어떻게 자신의 건강이 괜찮아졌는가?' 였다. 필자는 그녀에게 몇 가지를 물어 다음의 사실을 알아냈다. '의사'는 언제나 그녀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가족의 안부를 묻기도 했으며, 자신의 용모나 지능, 성격 에 대해 늘 좋게 생각할 것을 권했다고 한다. 다시 말해 사기꾼 의사는 그녀에게 자신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도록 해준 것이다.

이처럼 그녀가 자신을 좋게 생각한 것이 혈압을 정상으로 유지하고 체중을 잘 통제하게 한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을까? 이런 질문에 분명 하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 환자가 건강을 유지 할 수 있었던 근거를 설명하기에는 너무난 많은 변인들이 존재하고, 분 명치 못한 사실들이 너무 많으며, 그리고 사기꾼 의사가 그녀에게 좋은 생각을 갖게 했다는 이유만큼 그럴듯한 다른 이유가 얼마든지 있을 수 가 있다. 그러나 그녀는 그 '의사'가 얼마나 자신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 는지를 매우 격렬하게 강조했고, 필자에게는 그 인상이 꽤 강하게 남아 있다.

필자는 좋은 의료기술에 부수적으로 따라올 수 있는 위와 같은 효과 를 지나치게 과장하는 것을 삼가는 편이지만, 수년 동안 필자가 보아온 성공적인 의사들은 환자들의 긍정적인 감정을 잘 불러일으키는 능력을 지녔다. 이런 능력은 물론 개업의가 지닌 의료기술의 폭이나 깊이와는 전혀 상관없었다.

우리는 긍정적인 감정들의 좋은 점들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 몇 년 전, 새터데이 리뷰의 전 편집부장이었던 노먼 커즌즈는 웃음이 자 신의 중병에 미친 유익한 효과에 대하여 기사를 쓴 적이 있다. 그는 병 실에서 희극배우인 막스 형제가 나오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고 한다. 그 리고 그 영화가 재미와 웃음을 자아내 자신의 회복에 많은 공헌을 했다 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 자신은 그가 다음과 같이 더 자세히 설 명하기 전까지는 그런 믿음에 회의적이었다.

"공포는 심각한 병들의 공통된 특성입니다. 그같은 감정들의 부정적 효과를 의학에서 밝혀내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면, 공포심은 핏속에 흐르는 카테콜라민 농도를 급격하게 증가시키면서 동시에 혈관은 수축 시킵니다. 카테콜라민은 핏속에 있는 호르몬으로, 양이 증가하면 심장 의 리듬을 깨뜨리고 심지어는 심장의 근섬유를 파괴시킬 수도 있습니 다. 그러므로 공포심 통제는 치료에서 핵심적인 일입니다. 많은 의사들이 환자들에게 살려 는 의지와 긍정적인 감정을 모두 자극하려고 특별한 노력을 합니다. 이런 노력들을 하는 이유는 공포심에 대처하는 가장 좋 은 방법이 공포심 대신 다른 감정들을 불러일으키는 것이기 때문입니 다. 이렇게 공포심에 대처하는 데 웃음이나 긍정적인 감정들은 유용한 기능을 할 수 있습니다. 환자의 기분을 부정적인 것에서 긍정적인 것으 로 바꿈으로써 의사는 치료를 위해서 더욱 행운이 깃들인 무대를 마련 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웃음에서 더 나아가 긍정적인 감정 들, 즉 힉망, 믿음, 사랑, 살겠다는 의지, 자신이 쓸모 있다는 생각, 그리 고 자신감 등에 이르는 것이 유용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똑같은 지적을 300여 년 전에 의사인 토머스 사이든햄이 했다.

"좋은 광대 한 사람이 오는 것이 스무 마리의 당나귀가 약을 가득 싣 고 오는 것보다 그 마을 사람들의 건강에 더 유익하다."

누구나 긍정적인 감정이 건강에 좋은 역할을 한다고 믿고 싶을 것이 다. 실제로 긍정적인 감정이 건강에 좋은 기능을 하는가? 아직은 확실 히 알 수가 없다는 것이 이 시점에서 가장 정확한 대답일 것이다. 여러 가지 자료들은 우리의 흥미를 자극하고 그런 쪽으로 결론을 내게도 하 지만 확실한 상관관계는 아직까지 밝혀진 것이 없다. 여기서 어려운 문 제는 우리의 머릿속에 깊이 뿌리 박혀 있는, 마음과 몸이 분리되어 있다 는 생각 때문에 생겨나는 것 같다.

바로 이 글을 쓰면서 필자는 마음의 한 측면(예를 들면, 내가 여기 쓰 는 말들이 독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하는 생각)이 육체의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여기서 육체 활동이란 종이 위에 펜 이 움직여 나가는 것을 말한다. 필자는 신경과 의사이기 때문에 여기 쓰 는 글자 하나하나가 필자의 손에 있는 정교한 통제를 받는 근육들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신경충동들, 그리고 그에 따른 움직임과 어쩔 수 없이 묶여 있음을 안다. 그리고 이 두 과정이 하나로 묶인 활동이라는 것, 즉 필자가 여기에 문장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이 단어들을 쓰고 있는 몸과 나 자신이 따로 떨어져 존재한다 는 느낌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마치 필자의 마음이 생각하는 바를 적 어 두기 위해 손을 사용하는 것처럼 느낀다. 여기서 필자는 몸을 기계에 비유하고 있다. 실제로 데카르트는 신체에 대해 그것을 관찰하고 있는 마음과는 따로 돌아가는 아주 정교한 시계 태엽 장치에 비유했다. 이런 식으로 본 마음이 철학자 길버트 라일이 기계 속에 들어앉아 있는 귀신 이라고 표현했던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자신을 몸과 분리되어 있다고 여기는 한, 마음이 인간의 전반적인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 은 회의스럽고 심지어는 반대에 부딪힐 것임은 명백하다.

위약의 놀라운 효과

 

마음이 질병을 고칠 수 있다는 생각은 과학자들에게 많은 회의를 불러 일으킨다. 뉴 잉글랜드 의학회지의 편집자인 마샤 에인절 박사는 이 렇게 지적한다.

"감정과 건강이 연관되어 있다는 가정의 어두운 면은 아픈 사람들이 자신을 탓하게 만들 수 있고, 병이 더 악화되면 더욱더 자책감을 느낄 수가 있다는 점입니다. 질병이 정신 상태의 직접 반영이라는 믿음은 대 부분 민간 전래의 이야기일 뿐입니다."

정신 상태가 신체의 질병에 반영된다는 생각이 대중적인 생각일 뿐이 라는 의견도 있는 반면에 설탕 정제, 즉 가짜약(위약)의 긍정적인 효과 는 의학계에서 잘 받아들여지고 있다. 어쩌면 가짜약의 효과는 마음이 건강에 미치는 막강한 영향을 현재 확인할수 있는 가장 놀라운 예일 것 이다. 1964년 로버트 스턴바흐 박사는 실험으로 가짜약 효과를 아주 잘 증명해냈다. 이 실험에서 스턴바흐는 피험자들에게 약효가 전혀 없는 알약을 주었 다(그 알약은 위장의 활동을 측정하는 자성을 띤 추적물에 지나지 않았 다). 그리고 피험자들에게는 그 약이 위장에 울렁거리는 느낌을 강하게 일으킬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또 다른 피험자들에게는 똑같은 알약을 주었으나 그 알약이 위장의 활동을 억제하여 위가 꽉 차고 무거운 듯한 느낌을 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세 번째 경우에는 같은 알약을 피험자 들에게 준 뒤, 이 알약은 가짜약으로 이 실험에서 다른 두 경우와 비교 할 통제조건 역할을 한다고 말해 주었다. 세 경우 모두 똑같은 알약이었 지만 피험자들 중 3분의 2는 자신들이 들은 지시와 일치하는 위장의 변 화를 보였다.

세 경우 모두 그 알약은 아무 화학 작용을 하지 않는 약이었고, 따라 서 어떤 효과가 일어나든 그 약의 화학 구성과는 전혀 관계없는 것이었 다. 대신에 그 효과는 피험자들이 그 알약에 대해 갖도록 유도된 '믿음' 에서 나왔다고 할수 있다. 여기서 이야기하려는 것은 위약효과이다. 위 약효과는 믿음이나 기대와 같은 심리적인 요인들이 광범위한 신체적, 심리적 문제에 대해 어떤 치료반응을 촉발시킴으로써 일어나며, 그 효 과는 통상의 의학적 치료방법만큼 강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위약효 과가 어떤 과정을 통해서 일어나는지는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위약을 받은 환자들의 3분의 1 가량이 다양한 질병에 대해 만족스런 증세의 호전을 경험한다. 이같은 위약효과는 먹는 알약뿐만 아니라 수 술에서도 나타난다. 1950년대에는 외과 의사들이 심한 가슴통증을 느끼 는 협심증을 치료할 때 수술을 많이 권했다. 이 수술은 흉벽을 따라가며 존재하는 흉부동맥들을 묶어 버려 그쪽으로 피가 흐르지 않도록 하는 절차였다. 당시에는 의사들이 이런 수술로써 피의 흐름을 바꾸어 심장 으로 가는 관상동맥으로의 혈액순환을 증진시키면 통증을 덜 수 있다고 믿었다. 당시의 보고에 따르면 이 수술을 받은 환자의 4분의 3이 증세가 호전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수술의 효과에 대해 더 면밀하게 연구해 보니, 단순히 피부를 절개하는 가짜수술을 받은 환자들도 절반 가량은 증상이 호전되었다는 것이다.

위약이나 가짜수술의 효과는 때로 연구자들을 혼란스럽게 하지만 치 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함은 명백한 사실이다. 이런 효과가 혼돈을 가져 온다는 이야기는 예를 들자면 연구자들이 새로운 약의 효력을 평가하기 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 반면에 위약효과는 돌팔이 의사의 처 방이 때로는 효과가 있음을 설명하는 데 꽤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실 제로 위약효과가 알려지지 않았다면 많은 현상들이 신비스런 일로 남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위약효과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는 신기한 현상들은 광범위한 스펙트 럼을 이루는데, 그 스펙트럼의 한쪽 틈에 있는 현상이 '주술 걸린 죽음' 이다. 주술에 걸린 죽음이란 실제로는 아무런 해가 없는데도 그것을 보 면 죽는다고 믿도록 유도된 물체를 본 사람이 심장에 돌이킬 수 없는 부 정맥(심장의 박동 리듬이 비정상이 되는 것)이 일어나 죽는 것이다.

또 그 스펙트럼의 다른 쪽 끝에 있는 현상은 의학적인 설명으로는 도 저히 설명할 수 없는 여러가지 치료 사례들이다. 예를 들면 1954년 이 래 루르드(프랑스 피레네 산맥 기슭에 있는 소도시. 1858년 양치는 소녀 베르나데트 수비 루에게 성모 마리아가 현신한 이래 성지가 되었고, 갖가지 병을 고쳐 주는 샘물이 솟아 순 례자가 모여들었다. 동굴 안에는 유명한 마리아의 동굴이 있다.)에서 13명의 환자들이 샘물 을 마시고 병을 고친 일에 대해 루르드 국제의료위원회는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 고 판정하였다.

가짜약이나 가짜수술이 효과 있다는 사실은 더 이상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어떻게 이들이 효과를 내는가는 전혀 다른 문제이다 샌프 란시스코에 있는 켈리포니아 대학의 신경생리학자인 존 레빈 박사는 위 약이 성공적으로 작용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인이 위약이 주어지 는배 경 일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의사들의 하얀 가운, 청진기, 또 진찰실에 잔뜩 들어 있는 의료기구 따위들이 의사와 상호작용하여 치료효과를 볼 수 있다는 느낌을 더해 줍니다. "

그러나 위약이 주어지는 환경이 바뀌면, 예를 들어 의사도 환자도 모 르는 때에 컴퓨터가 약을 나눠 준다면 위약효과는 대개 사라진다. 레빈 은 말한다.

"컴퓨터가 약을 줄 경우에는 환자에게 단서가 되는 것이 아무것도 없 기 때문입니다. 의사의 하야 가운도 없고, 간호사도 없고, 환자의 병이 나을 수 있음을 암시하는 단서를 어디서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위약 자체의 물리적 특성도 환자의 반응과 관련이 있다. 빨갛거나 분 홍빛의 자극제가 파란색의 자극제보다 더 효과가 좋은 것으로 나타났 다. 갖가지 색깔의 알약, 특히 오렌지색이나 빨간색 알약이 작고 하얀 알약보다 더 효과가 좋은 것으로 드러났다. 어떤 환자들은 알약은 전혀 효과가 없고 주사에만 반응을 보인다. 그리고 위약효과가 나타나지 않 는 환자이더라도 '새롭고 더 향상된' 다른 위약을 주면 종종 성공적인 효과를 보기도 한다.

위약효과는 마술이 아니다. 또한 위약효과가 '암시' 에 의한 것도 아 니라고 레빈은 강조한다. 만일 아편성 신경전달물질의 길항약물인 날록 손을 투여하면 위약으로 인한 통중완화 효과가 사라진다. 이 결과는 위 약이 환자들 몸 안의 통증완화 기제를 작동시킴을 시사하고 있다. 레번 은 말한다.

"우리 생각에 위약이 효과를 내는 과정은 이렇습니다. , 환자들이 스스로 자신의 뇌 속에 있는 내연성(내부) 통증통제 회로를 켜고, 이 회 로는 엔돌핀이라는 물질을 사용합니다. 엔돌핀은 뇌가 만들어내는 모르 핀과 비슷한 물질로 통증을 완화시켜 줍니다. , 위약을 줌으로써 우리 는 심리적으로 개입하여 이 통증완화 회로라는 체계를 환자가 켤 수 있 도록 할 수 있고, 그 통증완화 회로가 켜지면 통증이 줄어듭니다."

위약효과와 같은 반옹을 환자에게서 잘 꿀어내 는의사들은 대개 낙천 적이고 희망에 차 있다. 불확실한 결과를 앞에 두고 이런 의사들은 긍정 적인 감정들을 강조하고 환자들에게 회복된다는 자신감과 기대감을 불 러일으킨다. 이런 의사들은 또한 인체의 회복능력에 대한 믿음을 기를 것을 강조하면서 환자들이 자기 몸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도록 이끈다. 전 통적인 의학교육을 받은 의사들이 이런 태도를 갖기란 쉽지 않다. 전통 적인 의학교육에서는 항상 신중하게 행동하고, 환자에게 헛된 기대를 불러일으킬 것을 염려하여 자신이 할 수 있는 것 이상을 장담하지 말라 고 강조하기 때문이다. 이런 전통적인 교육을 받은 의사들은 환자들을 치료 과정에 수동적으로 참여하는 사람들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증세를 호전시킬 수 있는 사람은 의사뿐이라고 생각한다. 반면에 위약반응을 잘 이끌어내는 의사들은 환자들을 스스로 치료에 참여하는 능동적인 사람들로 본다. 그래서 이런 경우에는 환자들이 의 사들과 협동하여 자신들의 증세 호전에 영향력을 미친다. 이 차이는 작 지만 참으로 중요한 차이이다. 한마디로 후자의 경우는 의사가 환자의 '삶의 의지' 를 자극하는 것이다.

노먼 커즌즈는 <신비한 위약 .. 의학이 하는 일을 마음이 어떻게 도울 수 있는가>라는 저서에서 "환자가 삶에 대한 왕성한 의지가 없으면 위 약이든, 어떤 약이든 효과를 보기가 힘들다"라고 언급했다.

"삶의 의지는 미래를 보는 창문이다. 이 창문으로 개인은 외부세계가 제공하는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이 도움을 신체의 질병과 싸우는 독특한 능력으로 연결시킨다. 삶의 의지는 인간이 자신의 몸을 스스로 최대한 이용하도록 해준다. 위약의 역할은 삶의 의지를 시적인 추상적 개념에 서 물리적인 실체로, 몸을 지배하는 힘으로 만드는 데 있다."

의사로서 필자의 경험에 따르면 커즌즈의 말은 옳다. 의사생활 동안 여러 차례 환자들이 의지력만으로, 그리고 "이 병이 나를 굴복시키지는 못한다"는 순수한 결심만으로 적어도 일정 기간 병이 나아가거나 회복 되는 환자들을 많이 보아 왔다. 환자들을 돌보는 의사로서의 필자의 역 할이 겉으로 보기에는 가장 중요해 보이는 역할이다. 하지만 어떤 때는 정의할 수 없는 과정들에 보조로 참가하는 것이 의사의 역할이라고 느 낀 때도 있다. 이렇게 말하면서도, 또한 이런 견해들이 흥미롭기는 하지 만 위약등의 효과에 대한 이해에는 도움이 안됨을 필자도 인정한다.

그러나 질병 치료에서 절망과 좌절이 주는 부정적인 효과와 마찬가지 로 낙천적이고 희망에 찬 마음 상태가 만들어내는 긍정적인 효과도 뇌 의 가소성과 뇌를 구성하는 뉴런들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사실은 의심 할 여지가 없다. 한 신경전달물질에서 다튼 신경전달물질로 자신이 사 용하는 신경전달물질을 바꾸어서 그 뉴런이 보내는 메시지를 변경하고, 원래 영향을 미치던 것과는 다른 뇌 부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잠재력 을 모든 뉴런들이 가지고 있다. 치료에 필요한 요소인 마음의 미세한 변 화(특히 희망과 자신감)는 분자 수준에서 보면 뉴런과 신경전달물질 사 이의 관계 변화, 다시 말하면 뇌의 화학적 구조 변화를 포함할 가능성이 많다. 사실 다른 것은 모르겠지만 뇌가 우리의 태도, 감정, 생각, 희망. 그리고 마음의 상태에 극적으로 반응함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닐 것이 다. 노먼 커즌즈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의학은 여러 해에 걸쳐 인체에 있는 일차적인 체계들(순환계, 소화 계, 내분비계, 자율신경계, 부교감신경계, 면역계 등)을 밝혀 왔다. 그 러나 여기에 덧붙여 강조할 것은 인간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 필요한 두 가지 체계가 더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바로 치유 체계와 신념의 체 계로, 이 둘은 함께 작동한다. 치유 체계는 신체가 가지고 있는 가능한 모든 자원을 동원하여 질병에 대항하는 방편이고, 신념의 체계는 종종 치유를 활성화해 주는 체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