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리산(俗離山) 속리산(俗離山) 산속에 들어서면 속세를 벗어날까 그 뜻을 이뤄보려 땀 흘려 올라서니 문장대 장대한 위용 하늘을 가렸더라. 범부(凡夫)의 하루하루 사는 게 고행여도 비우지 못한 욕심 속(俗)을 어이 떠나나 반 꺾인 정이품송의 모진 목숨 새롭다. 현대시조 2018.01.05
늙은 아버지의 마음 늙은 아버지의 마음 ‘야들아 올 설에는 내려올 생각마라’ 왼 종일 아부지는 밖을 내다보시다가 기어코 지팡이 하나 골라서 짚으셨다. 찻길이 막힌다고 오지마라 했어도 행여나 오는 걸까 저 멀리 소리날까 한길가 낡은 의자에 아부지가 계셨다. 힘없는 두 다리로 비틀비틀 거리며 먼 .. 현대시조 2018.01.02
달의 역사 달의 역사 초승달 혼삿날 잃어버린 큰누이 버선 한짝 식구들 모두모여 애타게 찾았는데 감나무 높은 가지에 새치름히 걸렸다. 보름달 떠나기 서러워서 엎드려 울던 누이 새 짝을 찾고 난후 환하게 밝아졌다 높은산 봉우리에서 웃는 모습 반갑고. 그믐달 검고 긴 머리칼이 백발로 나이들.. 현대시조 2017.12.20
정조대왕 능행차 정조대왕 능행차 뒤주에 갇혀죽은 아비 사도(思悼) 그리며 강 건너 산을 넘어 찾아가는 발걸음 수백번 걸어온 행차 지금도 이어진다. 창덕궁 문을 나서 배다리로 건넌 한강 호랑이 출몰하는 장승배기 숲을 지나 올라선 여우고개가 남태령이 되었고. 과천을 지나치니 수원 쪽에 고개하나 .. 현대시조 2017.09.15
아내에게 아내에게 육십을 넘어서니 안뵈던 게 보이데 사랑도 미움도 이젠 사치만 같고 가끔씩 안쓰런 생각에 미안키도 하더군. 잘해야 이십여년 욕심으로 안될건데 사십년 지난세월이 고맙기만 하더군 이제사 그걸 깨닫네 나이들어 가는가 봐. 현대시조 2017.07.28
님을 위한 행진곡 님을 위한 행진곡 그리도 겁이 났나 ‘님을 위한 행진곡’ 수십년 입을 막아 숨 못쉬게 하더니 망월동 울리는 곡성 막힌 귀가 뚫린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까지 버려두고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에도 동지는 간데도 없이 깃발만 나부낀다. 새날이 올때까지 흔들리지 말자꾸나 세월은.. 현대시조 2017.05.19
늙은 엄마의 마음 늙은 엄마의 마음 야들아 올해는 고구마가 잘됐어야 속살이 노란 것이 엄청 맛도 달드라 혹시나 시간있으면 갖다 묵어라 잉. 낼모래 올란치면 애비 혼자 오지 말고 금년에 핵교가는 영순이도 델꼬온나 아니여 식구 메치 안된께 전부 와 자고가라. 현대시조 2017.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