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철학우화 38

임기종 2014. 7. 18.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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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텅빔

  언젠가 나는 인도에서 아주 부유한 사람의 집에 머문 적이 있었다. 그는 나에게 자기 집에서 가장 좋다는 방을 내주었는데, 그 방은 가구들  때문에 매우 난잡했다. 그 방은 무수한 가구들로 꾸며져 있어서 실제로 방은 없었고 드나들기 조차도 어려울 정도였다그가 나에게 물었다.

  <그 방이 마음에 드십니까?>

  나는 말했다.

  <도대체 방은 없군요. 좋아하고 말고 할 것도 없습니다. 그럭저럭 들어갔다 나왔다 하지요. 이건 방이 아닙니다>

  그가 말했다.

  <그게 무슨 뜻이죠?>

  그는 가구들과 현대적인 가구들을 많이 수집해 놓고 있었다. 전축, 텔레비젼등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었으나 방은 없었다. 방에 대한 그의 생각은 바로 그런 가구들로 채워져 있는 것이었다그가 말했다.

  <그렇지만 무엇이 부족한 게 있습니까? 텔레비젼도 있고 전화도 있고 라디오, 전축도 있어요. 없는 게 뭐지요? 제게 말씀해 주시면 곧 주문하도록 하지요>

  나는 말했다.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군요. 방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가구 명세서에 지나지 않는 거요. 방은 사면의 벽 안에 있는 빈 공간이지요>

  그 방이라는 말은 곧 텅 빔을 의미한다. 만약에 가구를 모두 치워 버린다면 그 사람은 방안에 들어왔을 때 방이 비어 있다고 말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의 방은 곧 라디오, 전축, 텔레비젼 등등의 이러저러한 가구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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