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 118

육담(肉談) . 모른체 하는 것이

한 젊은 부부가 함께 방안에 누워 있는데 큰 비가 쏟아지며 우레 소리가 진동한다. 밤은 칠흑같이 어둡고 번갯불이 번쩍 번쩍 방안을 밝힌다. “장독을 잘 살폈는가 ?” 하고 사내가 부인에게 묻자 “아직 뚜껑을 안 덮었는데 당신이 빨리 나가서 덮고 오시오” 하고 부인이 말한다. “내가 본래 우레를 두려워하니 대신 나가 봐 ” 하고 이불속으로 들어가 버린다. 두 사람은 서로 이렇게 앙탈을 하다가 처마 밑으로 비가 무섭게 내리치자 처가 어쩔 수 없이 억지로 일어나 방을 나와 장독대 옆으로 나간다. 마침 대청 밑에 숨어 있던 도둑놈 하나가 그 부부의 서로 다툰 일을 듣고 미리 도자기 화분을 들어 그 여자의 앞에 던진다. 그 여인이 크게 놀라 까무러치자 도둑놈이 벼락처럼 달려들어 겁간하고 도망쳐버렸다. 방안에 있던..

해학과 재치 2024.11.28

남의 탓으로 돌리지 말자

내가 차에 타고 있으면 길을 가는 사람을 욕하고,내가 건널목을 건너고 있으면 '빵빵'대는운전자를 향해 욕합니다.내가 길을 건널 때는 모든 차가 멈춰 서야 하고,내가 운전할 때는 모든 보행자가멈춰 서야 합니다.타인이 무단 횡단하는 것은목숨을 가볍게 여기는 경솔한 행동이고내가 무단 횡단하는 것은목숨마저 아깝지 않을 만큼 급한 일이있기 때문입니다.복잡한 버스나 지하철에서나를 밀치는 것은 자신만 편하기 위한이기적인 욕심 때문이고내가 남을 밀치는 것은다른 사람이 밀쳐서 생긴 어쩔 수 없는상황입니다.타인이 새치기하는 것은 파렴치한 얌체 행동이고내가 새치기하는 것은 급하다 보면그럴 수 있는 행동입니다.주말에 여행할 때타인은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고,나는 짐이 많고 불편해서 자동차를이용해야 합니다.타인이 단체 생활을 ..

좋은글 2024.11.27

육담(肉談) . 꺽은 자 잘못이 아니라, 심은 자가 잘못이오

과거를 눈앞에 둔 어느 건장한 선비가 낮술에 얼큰히 취한 채 장안(長安)의 커다란 기와집 앞을 지나는데 갑자기 담 안에서 흰 광목자락이 날라온다. 호기심이 발동해 술기운에 담을 넘으니 곱상하게 생긴 계집종이 집안으로 인도한다. 안내를 받아 방으로 들어가자 아랫목에 비단금침이 깔려있고 윗목에는 기름진 안주가 차려진 주안상이 놓여 있다. 그 옆에는 미모의 중년여인이 수줍음을 머금은 채 눈을 아래로 깔고 앉아 있다. 놀라운 상황에 당황한 선비는 이미 오른 술기운에 때 아닌 대접을 받자 될 대로 되라면서 술을 연거푸 몇 잔 들이키고 여인에게 수작을 건다. 그러자 이 여인이 말한다. "저는 권세 있는 내시의 처로 살림살이 풍족해 어느 하나 어려움이 없으나 단 한가지 이 세상 모든 남녀가 누리는 운우지정(雲雨之情)..

해학과 재치 2024.11.27

그대만을 영원히 사랑해

오선지를 사용할 줄도 모른 어빙 벌린이 미국 음악에 영향을 끼친 작곡가가 된 것은 거리를 떠도는 장님 악사의 손을 붙잡고 길을 인도하는 생활을 하는 동안 가슴속 깊이 울리는 멜로디를 스스로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서기 2천 년이 되면 미국 음악의 탄생일과 어빙 벌린의 탄생일은 같은 날이었다고 반드시 음악비평가가 말하게 될 것이다. 아무래도 그런 생각이 든다." 미국 최고의 작곡가인 카펜터가 한 말이다. '화이트 크리스마스' '부활절 행진' '신이여, 미국을 축복하소서(Gad bless America)' 등의 곡을 작사 작곡해 지금까지도 미국을 감동시키고 있는 어빙 벌린은 미국 유행음악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람이다. 1888 년에 태어난 벌린은 가족들과 함께 1892년 러시아에서 미국으로 도망쳐 나왔다..

좋은글 2024.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