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담(肉談) .정신없는 사람
옛날에 어떤 사람이 어찌나 건망증이 심하던지 제 성과 이름자도 곧잘 잊어버린다. 하루는 나들이를 가는데 활갯짓을 하며 걸으니까 담뱃대가 앞으로 왔다 뒤로 갔다 한다. 손이 뒤로 가서 담뱃대가 안 보이면 "어, 내 담뱃대 어디 갔나" 하고 팔이 앞으로 와서 담뱃대가 보이면 "아, 여기 있구나." 하는 것이다. 손이 왔다 갔다 할 때마다. "어, 내 담뱃대 어디 갔나" "아, 여기 있구나." 가다 보니 덥고 다리가 아파 쉴 곳을 찾는데 마침 맑은 개울물이 보인다. 이 사람이 갓과 옷을 나무에 걸고 신을 벗어 바위 위에 얹은 후 목욕을 한다. 목욕을 하고 나와 보니 나무에 자기가 벗어 놓은 갓과 옷이 보인다. "어, 웬 정신없는 사람이 여기다 이런 걸 벗어 놓고 갔지? 이건 내가 입어야겠다" 옷과 갓을 입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