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그림자

봄소식 ‘무궁화 꽃이 피었..’ 눈을 번쩍떴더니 부드러운 바람결에 사방은 고요한데 연두색 작은 잎하나 잔설 밑에 숨는다.

시레기 된장국 침샘을 자극하는 낯익은 고향냄새 급해진 시장기로 한술 떠 맛을 보면 엄마는 밥상 옆에서 조용히 웃으셨지. 식을까 걱정되어 아랫목에 묻어뒀던 놋그릇 밥주발엔 온기 아직 여전한데 자상한 미소 고우신 울 엄마는 어디에.

봄을 기다림 괜스레 설레는 가슴 언덕배기 아지랑이 가만히 바라보다 지긋이 눈감는다 잔설 밑 연두색 새잎이 반갑기만 한 오후.

소백산 늙은 주목 살아서 천년 죽어 천년 가려면은 비워야 하느니라 무소유로 채운 가슴 비로봉 운무(雲霧) 속에서 들려오는 사자후(獅子吼) (2/8 소백산 산행중)

소백산 비로봉 천지가 하나인듯 구름 속을 걸어간다 눈떠도 보지 말란다 들려도 듣지 말란다 천년 삶 주목이 서서 오고감을 이를테니.

노모의 하소연 엄청, 큰 회사란디 염병허고 때려치고 귀농, 좋아흐네 아무나 다 헌다냐 어쩌까 저 숱한 오리 생매장한 목숨을.

아~ 씨벌 - 살처분 당한 오리의 푸념 한번 살아보려 했는데 적어도 일년쯤은 대낮에 새 똥벼락 조져버린 내 신세 산채로 땅에 묻혔어 아~ 씨벌 좆같은 세상. ( 부안, 서천을 다녀오면서)

어느 불효자의 명절 부모님 살아생전 전화도 뜸하더니 유산을 나누느라 분주해진 자식들 북망산 떠나보내고 뒤돌아서 웃었다. 열시간 차를 탔네 파김치가 다 됐네 눈 덮힌 상석 위에 올려 논 마른북어 불효자 빨간 딱지를 무덤가에 묻는다.

구봉도 아가야 조심해라 바닷물이 차가워 철부지 막내가 뛰어 들까 겁나서 허리를 붙잡고 있는 비탈길 한 모퉁이.

연기(緣起) 나 때문에 당신있다고 그게 정말 맞다고 눈떠도 눈감아도 고집스레 믿었는데 어쩌나, 당신 때문에 나 있는 걸 안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