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8. 8. 24.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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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슴 노천명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언제나 젊잖은 편 말이 없구나.

()이 향기로운 너는

무척 높은 족속(族屬)이었나 보다.

물 속의 제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잃었던 전설을 생각해 내고는

어찌할 수 없는 향수(鄕愁)

슬픈 모가지를 하고 먼 데 산()을 바라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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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양도 물길 윤 금 초



내 나라 바닷속엔 요술 할망 숨어 있는갑다.

개흙 묻은 손 잠그면 쪽물 이내 우러날 듯

뭍에서 멀어질수록 깊어지는 비양도* 물빛.

 

갓물질* 테왁* 너머 숨비 소리, 호오이 소리

까까머리 동자승처럼 볼록 솟은 그 오름의

바람은 긴긴 시간을 바당* 삼킨 섬을 짓는다.

 

정게호미* 거머쥐고, 빗창* 들어 눈 겨누고

'아방 어망 고기나 줍지, 열 길 물 속 죽어 쓰겠니'*

이여사, 이여, 이여사*. 뱃물질*도 숨 겨운데.

 

오몽헤질 때까졍 기영 살아*, 살아야 한다.

한바다 일군 해녀들 거기 그렇게 몸 뉘이고

물미는 신생의 아침을 살아야주, 살아야주.

 

* 비양도 : (제주)우도 동쪽 끝에 자리해 있는 작은 섬.

* 갓물질 : 해녀들이 바다에서 물질(작업)하는 일.

* 테왁 : 해녀들이 물질할 때 바다 위에 띄워 놓는 뒤웅박.

* 바당 : 바다의 제주도 말.

* 정게호미 : 해조류를 베는 기구.

* 빗창 : 전복 등을 캐는 길쭉한 쇠붙이.

* '아방 어망 ……' : 제주 민요의 한 대목. '아방 어망'은 아버지 어머니.

* 이여사, 이여, 이여사 : 뱃노래의 후렴.

* 오몽헤질 때까징 기영 살아야주 : 제주 방언.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그렇게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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