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8. 8. 27.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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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는 여인이 되어 노천명

 

 

어느 조그만 산골로 들어가

나는 이름 없는 여인이 되고 싶소

초가 지붕에 박넝쿨 올리고

삼밭에 오이랑 호박을 놓고

들장미로 울타리를 엮어

마당엔 하늘을 욕심껏 들여놓고

밤이면 실컷 별을 안고

부엉이가 우는 밤도 내사 외롭지 않겠오

 

기차가 지나가 버리는 마을

놋양푼의 수수엿을 녹여 먹으며

내 좋은 사람과 밤이 늦도록

여우 나는 산골 애기를 하면

삽살개는 달을 짖고

나는 여왕보다 더 행복하겠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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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미러 민 병 도

 

몰랐네, 하루에도 여러 차례 핸들을 잡고

백 미러를 보면서도 내 진작 알지 못했네

앞으로 가기 위해선 뒤도 봐야 하는 것을.

 

불빛이 번쩍이고 크락숑이 울릴 때까진

내가 설마 장애물인줄 짐작하지 못했네

저만치 물러난 구름은 두고 가야 하는 것을.

 

90도 급커브 지나 짐작에도 없던 꽃들이

환하게 피어 있는, 피어서 흔들리는

앞으로 나가기 위해 뒤를 봐야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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