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명시와 시조 1수 사랑 장만영 서울 어느 뒷골목 번지 없는 주소엔들 어떠랴, 조그만 방이나 하나 얻고 순아 우리 단둘이 살자. 숨박꼭질하던 어린 적 그 때와 같이 아무도 모르게 꼬옹꽁 숨어 산들 어떠랴, 순아 우리 단둘이 살자. 단 한 사람 찾아 주는 이 없은들 어떠랴, 낮에는 햇빛이 밤에는 달빛이 가.. 한국현대시 2018.07.04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산 너머 남촌에는 김동환 1.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해마다 봄바람이 남으로 오네. 꽃 피는 사월이면 진달래 향기, 밀 익는 오월이면 보리 내음새. 어느 것 한 가진들 실어 안 오리 남촌서 남풍 불 제 나는 좋데나. 2.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저 하늘 저 빛깔이 저리 고울까? .. 한국현대시 2018.07.03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북청 물장수 김동환 새벽마다 고요히 꿈길을 밟고 와서 머리맡에 찬물을 쏴 퍼붓고는 그만 가슴을 디디면서 멀리 사라지는 북청 물장수. 물에 젖은 꿈이 북청 물장수를 부르면 그는 삐걱삐걱 소리를 치며 온 자취도 없이 다시 사라져 버린다. 날마다 아침마다 기다려지는 북청 물장수 ----.. 한국현대시 2018.07.02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방랑의 마음 오상순 흐름 위에 보금자리 친 오 --- 흐름 위에 보금자리 친 나의 혼(魂). 바다 없는 곳에서 바다를 연모(戀慕)하는 나머지에 눈을 감고 마음 속에 바다를 그려 보다 가만히 앉아서 때를 잃고. 옛 성 위에 발돋움하고 들 너머 산 너머 보이는 듯 마는 듯 어릿거리는 바다를 바라.. 한국현대시 2018.06.29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첫날 밤 오상순 어어 밤은 깊어 화촉동방의 촛불은 꺼졌다. 허영의 의상은 그림자마저 사라지고...... 그 청춘의 알몸이 깊은 어둠바다 속에서 어족(魚族)인 양 노니는데 홀연 그윽히 들리는 소리 있어, 아야......야! 태초 생명의 비밀 터지는 소리 한 생명 무궁한 생명으로 통하는 소리 열.. 한국현대시 2018.06.28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부끄러움 주요한 뒷동산에 꽃 캐러 언니 따라 갔더니 솔가지에 걸리어 다홍치마 찢었읍네. 누가 행여 볼까 하여 지름길로 왔더니 오늘따라 새 베는 임이 지름길에 나왔읍네. 뽕밭 옆에 김 안 매고 새 베러 나왔읍네. ------------------------------- 까치집 두 채 채 윤 병 미루나무 꼭대기에 한가.. 한국현대시 2018.06.27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해(海)에게서 소년에게 최남선 1 처얼썩 처얼썩 척 쏴아아. 따린다 부순다 무너버린다. 태산 같은 높은 뫼 집채 같은 바윗돌이나 요것이 무어야 요게 무어야. 나의 큰 힘 아느냐 모르느냐 호통까지 하면서 따린다 부순다 무너버린다. 처얼썩 처얼썩 척 튜르릉 꽉. 2 처얼썩 처얼썩 척 쏴아.. 한국현대시 2018.06.26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껍데기는 가라 신동엽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東學年)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 한국현대시 2018.06.25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떠나가는 배 박용철 나 두 야 간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거냐 나 두 야 가련다. 아늑한 이 항구인들 손쉽게야 버릴거냐. 안개같이 눈물어린 눈에도 비치나니 골짜기마다 발에 익은 묏부리 모양 주름살에도 눈에 익은 아 -- 사랑하는 사람들. 버리고 가는 이도 못 잊는 마음 .. 한국현대시 2018.06.22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월광으로 짠 병실 박영희 밤은 깊이도 모르는 어둠 속으로 끊임없이 구르고 또 빠져서 갈 때, 어둠 속에 낯을 가린 미풍의 한숨은 갈바를 몰라서 애꿎은 사람의 마음만 부질없이도 미치게 흔들어 놓도다. 가장 아름답던 달님의 마음이 이 때이면은 남몰래 앓고 서 있다. 근심스럽게도 한.. 한국현대시 2018.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