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임께서 부르시면 신석정 가을날 노랗게 물들인 은행잎이 바람에 흔들려 휘날리듯이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호수에 안개 끼어 자욱한 밤에 말없이 재 넘는 초승달처럼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포곤히 풀린 봄 하늘 아래 굽이 굽이 하늘가에 흐르는 물처럼 그렇게.. 한국현대시 2018.06.20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아직 촛불을 켤 때가 아닙니다. 신석정 저 재를 넘어가는 저녁 해의 얇은 광선들이 섭섭해합니다. 어머니, 아직 촛불을 켜지 말으셔요. 그리고 나의 작은 명상의 새새끼들이 지금도 저 푸른 하늘에서 날고 있지 않습니까? 이윽고 하늘이 능금처럼 붉어질 때, 그 새 새끼들은 어둠과 함께 .. 한국현대시 2018.06.19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청포도 이육사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절이 주절이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 단 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 한국현대시 2018.06.18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행복 유치환 -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 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 한국현대시 2018.06.15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산길 양주동 1. 산길을 간다, 말 없이 호올로 산길을 간다. 해는 져서 새 소리 그치고 짐승의 발자취 그윽히 들리는 산길을 간다, 말 없이 밤에 호올로 산길을 간다. 2. 고요한 밤 어두운 수풀 가도 가도 험한 수풀 별 안 보이는 어두운 수풀 산길은 험하다. 산길은 멀다. 3. 꿈 같은 산길에 화.. 한국현대시 2018.06.14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남으로 창을 내겠소 김상용 남으로 창을 내겠소 밭이 한참 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론 풀을 매지요. 구름이 꼬인다 갈 리 있소. 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 왜 사냐건 웃지요 ------------------------------------ 도라지 꽃 전 석 종 산자락 볕 잘 드는 나즈막.. 한국현대시 2018.06.12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가을에 정한모 맑은 햇빛으로 반짝반짝 물들으며 가볍게 가을을 날으고 있는 나뭇잎 그렇게 주고 받는 우리들의 반짝이는 미소로도 이 커다란 세계를 넉넉히 떠받쳐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믿게 해 주십시오 흔들리는 종소리의 동그라미 속에서 엄마의 치마 곁에 무릎을 꿇고 모아쥔 아가.. 한국현대시 2018.06.11
한국명시와 시조 1수 푸르른 날 서정주.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저기 저기 저, 하늘 꽃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드는데. 눈이 나리면 어이 하리야 봄이 또 오면 어이 하리야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 한국현대시 2018.06.08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눈물 김현승 더러는 옥토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는 오직 이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아종 지니인 것도 오직 이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한국현대시 2018.06.07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승무 僧舞 조지훈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네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臺)에 황초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 한국현대시 2018.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