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명시와 시조 1수 목마와 숙녀 박인환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거저 방울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한 별은 내 가슴에 가볍게 부서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 한국현대시 2018.07.30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세월이 가면 박인환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 과거는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 한국현대시 2018.07.18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말(馬) / 정지용 말아, 다락 같은 말아 너는 점잔도 하다마는 너는 왜 그리 슬퍼 뵈니? 말아, 사람 편인 말아 검정콩 푸렁콩을 주마 이 말은 누가 난 줄도 모르고 밤이면 먼 데 달을 보며 잔다. --------------------------------- 나무에게 김 월 준 여보게 그 자리를 지킬려 바둥대지 말고 멋지게 한.. 한국현대시 2018.07.17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향수 정지용 넓은 들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조름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게를 돋아 고이시.. 한국현대시 2018.07.16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님의 침묵 한용운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적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든 옛 맹서는 차디찬 티끌이 되야서 한숨의 미풍에 날어 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 한국현대시 2018.07.13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알 수 없어요 한용운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垂直)의 파문을 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 한국현대시 2018.07.11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봄비 변영로 나직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 졸음 잔뜩 실은 듯한 젖빛 구름만이 무척이나 가쁜 듯이, 한없이 게으르게 푸른 하늘 위를 거닌다. 아, 잃은 것 없이 서운한 나의 마음 ! 나직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 한국현대시 2018.07.10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논개(論介) 변영로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불붙는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마음 흘러라. 아릿답던 그 아미(蛾眉) 높게 흔들리우며, 그 석류 속 같은 입술 죽음을 입맞추었네.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한국현대시 2018.07.09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바다와 나비 김기림 아무도 그에게 수심(水深)을 일러준 일이 없기에 흰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청(靑)무우밭인가 해서 내려갔다가는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 공주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삼월(三月)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글픈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 .. 한국현대시 2018.07.06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여승 (女僧) 백 석 여승은 합장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옛날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처럼 서러워졌다. 평안도의 어느 산(山) 깊은 금점판 나는 파리한 여인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은 나어린 딸아이를 때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섶벌같이 나아간 지.. 한국현대시 2018.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