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명시와 시조 1수 하일 소경(夏日小景) 이장희 운모같이 빛나는 서늘한 테이블 부드러운 얼음 설탕 우유 피보다 무르녹은 딸기를 담은 유리잔 얇은 옷을 입은 저윽히 고달픈 새악씨는 기름한 속눈썹을 깔아 맞히며 갸날픈 손에 들은 은사시로 유리잔의 살찐 딸기를 부수노라면 탐홍색 청량제가 꽃물같이 .. 한국현대시 2018.06.04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봄은 고양이로다 이장희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 고운 봄의 香氣가 어리우도다. 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 미친 봄의 불길이 흐르도다. 고요히 다물은 고양이의 입술에 포근한 봄 졸음이 떠돌아라. 날카롭게 쭉 뻗은 고양이의 수염에 푸른 봄의 生氣가 뛰놀아.. 한국현대시 2018.06.01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광 야 (曠野) 이육사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山脈)들이 바다를 연모(戀慕)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 곳을 범(氾)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光陰)을 부지런한 계절(季節)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 한국현대시 2018.05.31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참회록 윤동주 파란 녹이 낀 구리거울 속에 내 얼골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王朝)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懺悔)의 글을 한줄에 줄이자 ---- 만 24년 1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 왔든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줄의 참회록을 써야한.. 한국현대시 2018.05.30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이름없는 여인이 되어 노천명 어느 조그만 산골로 들어가 나는 이름 없는 여인이 되고 싶소 초가 지붕에 박넝쿨 올리고 삼밭에 오이랑 호박을 놓고 들장미로 울타리를 엮어 마당엔 하늘을 욕심껏 들여놓고 밤이면 실컷 별을 안고 부엉이가 우는 밤도 내사 외롭지 않겠오 기차가 지나가 .. 한국현대시 2018.05.29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사 슴 노천명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언제나 젊잖은 편 말이 없구나. 관(冠)이 향기로운 너는 무척 높은 족속(族屬)이었나 보다. 물 속의 제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잃었던 전설을 생각해 내고는 어찌할 수 없는 향수(鄕愁)에 슬픈 모가지를 하고 먼 데 산(山)을 바라다본다. ----------.. 한국현대시 2018.05.28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내 마음을 아실 이 김영랑 내 마음을 아실 이 내 혼자 마음 날같이 아실 이 그래도 어디나 계실 것이면 내 마음에 때때로 어리우는 티끌과 속임 없는 눈물의 간곡한 방울방울 푸른 밤 고이 맺는 이슬 같은 보람을 보밴 듯 감추었다 내어 드리지. 아! 그립다. 내 혼자 마음 날같이 아실 이 꿈.. 한국현대시 2018.05.24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 김영랑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풀 아래 웃음짓는 샘물같이 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 길 위에 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 새악시 볼에 떠오는 부끄럼같이 시의 가슴 살포시 젖는 물결같이 보드레한 에머랄드 얇게 흐르는 실비단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 ---------.. 한국현대시 2018.05.23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귀천(歸天)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 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 한국현대시 2018.05.18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상화. 지금은 남의 땅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눈길을 따라 꿈 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 한국현대시 2018.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