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봄놀이 하던 여러 선비가 산사(山寺)에 모여 우연히 여편네 자랑으로 갑과 을을 정하지 못하더니, 곁에 한 늙은 스님이 고요히 듣고 있다가 한참 만에 길이 탄식하며 가로되, "여러분 높으신 선비들은 쓸데없는 우스갯소리를 거두시고 모름지기 내 말씀을 들어 보시오. 소승은 곧 옛날 한다하는 한량이었지요. 처가 죽은 후 재취했더니 재취가 어찌 고운지 차마 잠시도 떨어지지 못하고 다정히 지내다가 마침 되놈들이 쳐들어와 크게 분탕질이라, 사랑하는 아내한테 빠져 능히 창을 잡아 앞으로 달리지 못하고 처를 이끌고 도망치다가 말 탄 되놈들에게 붙잡혔는데 되놈이 처의 아름다움을 보고 소승을 장막 아래에 붙잡아 매고 처를 이끌고 들어가 함께 자거늘 깃대와 북이 자주 접하매 운우(雲雨)가 여러 번 무르익어 남자도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