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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담(肉談). 어느 세월 어느 땐들 내님 잊으랴

어떤 재상이 항상 말하되, "내가 영남 도백으로 있을 때 집 아이가 한 기생첩을 사랑했는데 내가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함께 데리고 왔더니 수년이 지난 뒤에 스스로 꾸짖음을 얻은 줄 알고 창기를 두는 자는 이 어찌 사부(士夫)의 행실일가 보냐 하면서 쫓아 보냈다. 이미 쫓아낸 후여서 내가 '그 여인이 떠날 때에 뭐라고 말하더냐?'물으니, '별로 다른 말이 없삽고 다 못 말하되 이렇듯 수년 동안 건즐(巾櫛)을 받들어 오다가 문득 이렇게 이별하니 유유한 나의 회포를 무엇으로써 형언하리오.' 하면서 운자를 불러 별장(別章)을 짓겠다기에 곧 군(君)자를 부르자 여인이 말하기를 어찌 반드시 군자(君字)만 부르는고 하고 이에 읊어 가로되  낙동강상초봉군(洙東江上初逢君)터니 (낙동강 위에서 님을 만나고) 보제원두우별군..

해학과 재치 2024.12.23

반근착절(盤根錯節)

옛말에 "산을 오를 때는 비탈길을 견뎌야 하고,눈길을 걸을 때는 위태로운 다리를 견뎌야 한다"고 했습니다.이렇게 참고 견디는 것을 인내라고 하며,인내야말로 가슴에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고도의 기술입니다.'반근착절(盤根錯節)'이라는 말이 있습니다.비틀어져서 꾸블꾸불한 뿌리와 헝클어진 마디라는 뜻입니다.그것에 부딛혀 보지 않고서는 날카로운 칼도 그 진가를 알 수 없다는 의미로 쓰입니다.사람도 마찬가지로 반근착절(盤根錯節) 같은 곤란한 일을 겪어봐야 그 사람의 진면목을 알 수 있습니다.만일 이 세상에 사람이 겪어야 할 고통이 없다면 세상은 온통 죽음으로 가라앉을지도 모릅니다.아픈 자리에 고통을 주지 않으면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모를 것이고,설령 안다고 해도 고치려 애쓰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환난은 인내를,..

좋은글 2024.12.22

육담(肉談). 엉겁결에

어느 막 혼례를 치른 부부가 첫날밤을 맞게 됐다. 신랑은 신부가 첫 경험인지 아닌지 의심스러워 한 가지 꾀를 낸다. 신랑이 신부를 만지면서 말하기를"구멍이 작으니 장도로 째야겠다"며 칼을 집는 시늉을 한다. 그러자 깜짝 놀란 신부가 다급히 소리치기를"건너 마을 김 좌수 막내아들은 째지 않고 잘만 넣던데 구멍이 작다고 못 넣다니. 쯧쯧." 했다는 것이다. - 고금소총 (古今笑叢)에서

해학과 재치 2024.12.22

육담(肉談)65. 용한 점쟁이

한 장님 점쟁이의 아내를 탐하고 있던 이웃집 총각이 좀처럼 장님이 집을 비우지 않자 꾀를 냈다."내가 한 여자를 몹시 사랑하는데 그 남편이 집에 없는 동안 가서 일을 치르려고 하오. 그러니 당신이 가서 그 남편이 언제쯤 돌아올지 점을 쳐 줄 수 있겠오?"총각은 간청한 후 장님을 데리고 이리저리 꼬불꼬불 같은 길을 한참 돌고 돌아 장님의 집 앞에 멈춰섰다. 자신은 일을 보러 들어가고 장님은 점을 쳤다.어지러운 길을 돌아온 터라 자신의 집인지도 모르는 장님은 다급하게 소리쳤다."이봐, 점괘에 여자 남편이 문 앞에 있는 걸로 나왔어, 빨리 끝내고 나오게“ - 고금소총 (古今笑叢)에서

해학과 재치 2024.12.21

동지팥죽의 전설

동지팥죽의 전설 매일 밤 찾아오는 그 분은 누구실까새벽닭 울 때쯤에 흔연히 사라지니커지는 궁금증 따라 섣달 밤이 깊었다. 매사에 훈수들 땐 얄밉기도 하지만신수(身手)가 훤하시다 어느 집 자제일까마침내 밝혀진 정체 그가 바로 도깨비. 모르고 대할 때는 귀한 손님 이지만정체를 알고 나니 무섭고 두렵더라동지 죽 한 솥 끓여서 오는 길에 뿌리리. 세상사 사사건건 애써 알일 아니더라사실을 알고 부터 사람 정(情)이 이러니일체(一切)가 유심조(唯心造)란 말 새길수록 옳더라.

현대시조 2024.12.21

수탉을 그리다

일본 에도 시대 활동한 가쓰시카 호쿠사이는19세기 가장 뛰어난 우키요에(일본 풍속화) 미술가 중한 명으로 평가받습니다.어느 날 친구가 찾아왔습니다.친구는 다짜고짜 수탉 그림을 그려달라는부탁을 하는 것이었습니다.수탉을 그려본 적이 없는 호쿠사이는 친구에게일주일 후에 다시 찾아오라고 했습니다.일주일 후 친구가 찾아왔습니다.그런데 호쿠사이는 친구에게 한 달 후다시 찾아와 달라고 했습니다.두 달, 6개월, 1년...그렇게 약속을 미루며 3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그림을 부탁한 친구는 더는 참을 수가 없어화를 내기 시작했습니다.그 모습을 본 호쿠사이는 결심했다는 듯,종이를 가지고 오더니 순식간에 수탉을 그렸는데완성된 그림이 얼마나 생동감이 넘치던지마치 살아있는 수탉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그림을 본 친구는 기뻐하기..

좋은글 2024.12.20